본문 바로가기

Reading Note/사회과학

따돌림이라는 습관은 잘못된 교육 때문에 생긴다

[서평] <따돌림 없는 교실> (비비언 거신 페일리 씀 / 신은수 옮김 / 샘터사 / 2014.07 / 13,000 원)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면 친구를 따돌려 본 적은요?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무리가 한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을 쳐다만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그런 무리에 당당하게 다가가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라는 용기있는 친구들이 사회에 더 많았으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에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와 따돌리는 아이, 그리고 내가 따돌림 당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방조자들이 가득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뒤에 다시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이 놀림을 받았던 이유가 너무나 한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살 터울 형이 있어서 옷을 물려입느라 낡고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고 다닌다고 놀림 받았던 아이, 어린 시절 겪은 사고로 한쪽 뺨에 화상 자국이 있었던 아이, 말더듬이 조금 심했던 아이 등등... 대부분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배제되고 심지어 그 아이와 가까이 하는 것 만으로도 자신도 따돌림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그 어느 누구도 가까이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따돌림이 과연 따돌림 당하는 아이, 따돌리는 아이들의 문제일까요? 유치원 교사 50년 경력의 저자 비비안 거신 팰리는 따돌림을 아이들의 문제가 아닌 잘못된 교육에서 빚어진 '습관'이라 진단합니다. 2002년 좋은글에서 출간된 바 있는 저자의 <따돌림 없는 교실>이 샘터사에서 새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따돌림이 유행이 된 사회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따돌림이 발생하곤 합니다. 학교, 군대, 직장, 동호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어떤 그룹에서나 특정 무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 개인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들을 포용하느냐 배제하느냐에 따라서 그룹의 전체 분위기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리를 형성하고 의도적으로 다른 아이들을 따돌리는 현상은 점점 더 연령대가 낮아져서 유치원생이나 심지어 그보다 더 어린 아동들에게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저자가 가르치는 유치원 교실에서도 “너랑 안 놀아!” 같은 형태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따돌림 문화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도 유치원 교실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너랑 안 놀아!’라고 말하지 않기>라는 작은 규칙을 만들고 이를 아이들이 실천하도록 해 '따돌림'이라는 잡초의 씨앗이 아이의 도덕관념에 뿌리내려 아이가 학교를 가고 사회에 나가서 까지 다른 이들을 따돌리지 않게하도록 교육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좋고 싫음이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만 이게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아직 모르는 경우도 많았죠.


리사 : 난 혼자서도 놀 수 있어. 왜 클라라는 혼자서 못 놀아? 

안젤로 :난 그건 정말 슬픈 거라고 생각해. 혼자 있는 사람들은 눈물이 나거든. 

리사 : 난 같이 놀고 싶지 않은 아이가 와서 놀자고 하는 게 더 슬퍼. 

선생님 :그렇다면 누가 더 슬플까? 같이 놀고 싶지만 놀 수 없는 아이랑, 놀고 싶지 않은 아이와 놀아야 하는 아이 중에서? 

클라라 : 같이 놀 수 없는 아이요. 

리사 : 억지로 같이 놀아야 하는 아이도 똑같이 슬퍼요. (본문 41p)


이에 저자는 어린 아이들이 따돌림당하는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까치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아이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 사이 사이에 등장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완성되어 가는 이 동화 덕분에 자신들 만의 주장을 하던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죠.



잘못된 교육이 만든 따돌림이라는 습관


그런데 이런 따돌림 문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수를 차지하는 따돌리는 세력의 입장에서 따돌림 당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편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불쌍하기는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기에 사람들이 저리 싫어하겠지라는 쉬운 생각을 가지고 말이죠.


나는 여전히 유년 시절 교실에서 따돌림을 받던 아이들의 어두운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모든 것이 어떻게 되어야만 하는지 잘 안다는 듯 자신감에 차 있던 얼굴들도 기억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삶의 비밀을 알고 있었으며, 나로서는 그들을 기쁘게 하고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은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다. 선생님들은 모두 인기 있는 아이의 비위를 맞추기 급급하고 따돌림받는 아이에 대해서는 종종 참을성을 잃는다. ‘인기 있는’ 아이는 좋은 아이고, ‘인기 없는’ 아이는 나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며 자책한다.  (본문 23p)


이 책의 저자는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많은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의 시선에서 봤을 때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을 '이방인'이라는 단어로 정의합니다. 그동안 겪었던 다른 아이들과 어딘가 다른 점이 그 아이를 멀리하고 괴롭히게 되는 이유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이방인으로 대우받기 때문에 이방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라고 진단하며 다수의 아이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소수의 아이들이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고, 친구들 사이의 배제에 익숙해져 가는 '습관'이 형성되기 전에 적합한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너랑 안 놀아’라고 말하지 않기>는 확실히 일반적인 법칙, 예를 들어 “넌 놀 수 없어!”에 비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규칙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이방인들과 행복하고 조화롭게 생활하고 공부해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할 것이다. 모든 학년마다 그에 맞춰 이 개념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어느 날 우리 아이가 이방인이 된다면,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양을 누릴 권리가 자신에게도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할 것이다.  (본문 237-238pp)


유치원은 학교에 가기전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소입니다. 이 시기부터 ‘배제’와 ‘거부’가 습관이 되지 않도록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나와 다른 상대방을 포용하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군에서 발생한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가혹행위로 인한 한 병사의 죽음 소식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슬퍼했던 한 주 였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 것 일까요? 또 지구 반대편 가자 지구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서로 다른 인종 간의 학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시선에서 '이방인'을 평가하고 배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인류의 불행입니다.


저자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양을 누릴 권리가 모두에게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행복한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 어른들의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책 한 권 이었습니다.



따돌림 없는 교실 - 10점
비비안 거신 팰리 지음, 신은수 옮김/샘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