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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24. 어마무시한 거인 스크리미르와의 만남

지난 시간에는 토르 신의 시종 트얄피와 뢰스크바가 토르의 모험에 따라나서게 된 계기를 살펴보았습니다. 필요할 때는 죽여서 식사를 하고 다시 원래대로 살리는 토르 신의 염소들과 관련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죠? 오늘부터는 트얄피와 뢰스크바가 합류한 토르 일행의 모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연재

19. 브리징가멘을 찾아준 하임달

20. 인간의 신분을 만든 하임달 신

21. 거인에게 시집가게 된 토르 이야기

22. 천둥의 신 토르

23. 토르의 시종 : 트얄피와 뢰스크바



트얄피와 뢰스크바의 집에 염소들과 마차를 남겨두고, 토르 신 일행은 요툰하임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바다도 건너고 숲도 지나며 계속 걷자 어느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힘든 여정을 겪었기에 모두들 쉬어갈 곳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습니다. 컴컴한 밤이 되서야 커다란 집을 한 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안은 매우 넓었기 때문에 토르 신 일행은 각자 자리를 잡고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집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묵던 방 오른쪽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습니다. 토르 신이 문간을 지키고 다른 일행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중 어디선가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또 푸푸 거리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새벽이 되어 집 밖으로 나가보니 집 바로 옆에 커다란 거인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토르 신이 묠니르를 들고 거인을 후려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던 중 잠에서 깬 거인이 토르 신을 알아차리고 말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스크리미르(Skrýmir)이며 도대체 자신의 장갑을 끌고 어디로 가려는 거냐고 말이죠.





즉, 토르 신 일행이 잠을 잤던 큰 집은 거인 스크리미르의 벙어리 장갑이었던 것입니다. 한밤중에 몸을 피한 작은 방은 장갑의 엄지손가락 부분이었던 것이죠. 깜짝 놀라서 벙찐 토르 신 일행에게 거인은 함께 길을 가자고 제안합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서로의 짐을 풀어 아침을 먹었는데 이를 본 스크리미르는 짐을 합치자고 제안하고 토르 신이 동의해 일행의 짐을 스크리미르의 배낭에 넣었습니다. 



하루 종일 길을 걸은 뒤 저녁이 되자 스크리미르는 잠잘 자리를 찾은 뒤 자신의 음식을 꺼낸 뒤 배낭을 토르 신 일행에게 던졌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 곧장 코를 골며 자는 거인에 비해 토르 신은 배낭을 여는데 고생을 합니다. 어찌나 힘껏 묶었는지 토르 신의 힘으로도 이를 풀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토르 신은 묠니르로 스크리미르의 머리를 힘껏 후려칩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스크리미르는 이마를 긁적이면서 일어나 머리에 나뭇잎이 떨어졌나? 하면서 토르 신 일행에게 저녁은 먹었는지, 이제 잘 건지 물어봅니다. 머쓱해진 토르 신은 이제 곧 잘거라 했지만 자존심도 상하고 거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니 두려워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한 토르 신이 다시 묠니르로 거인의 정수리 한가운데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망치가 거인의 머리속으로 푸욱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되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스크리미르는 다시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도토리가 떨어졌나하며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토르 신이 뭐하고 있느냐 묻고는 다시 잠에 빠졌습니다.


토르 신은 다시 기회를 보다가 아침이 되기 직전에 이번에는 관자놀이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스크리미르는 뺨을 긁적거리며 새똥 때문에 잠에서 깬 것 같다며 옆에 있던 토르 신을 보며 우트가르트 성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슬슬 출발하자고 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의 커다란 장갑을 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두려움에 떨었던데다가, 거인들을 때려잡던 토르 신의 세 번의 일격을 나뭇잎, 도토리, 그리고 하다하다 새똥으로 여겼으니 토르 신의 체면은 엉망으로 구겨지고 말았습니다.


스크리미르는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일행은 길을 떠났지만 얼마 후 숲 속으로 들어간 스크리미르는 흔적도 찾을 수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큰 거인이 어디로 간 것일까요? 토르 신 일행은 한참을 걸어서 점심 무렵에 원래 목적지였던 우트가르트 성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문화 속에서 스크리미르는 국내에는 <미녀와 벰파이어>라고 소개된 적 있는 미드 <Buffy The Vampire Slayer>의 시리즈에 해당하는 소설 <Spike and Dru: Pretty Maids All in a Row>(2001)에서 아이스데몬의 이름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토르 신이 망신만 당하고 딱히 중요한 부분이 어디있는지도 애매하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 주에 살펴볼 거인들의 왕 우트가르트-로키 이야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서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답니다. 다음 시간에는 거인 우트가르트-로키와 관련된 토르 신 일행의 모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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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de.wikipedia.org/wiki/Skrymir

http://en.wikipedia.org/wiki/%C3%9Atgar%C3%B0a-Loki

http://en.wikipedia.org/wiki/Spike_and_Dru:_Pretty_Maids_All_in_a_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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