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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사회과학

일본의 원전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서평] <일본 원전 대해부>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씀 / 홍상현 옮김 / 당대 / 2014.04 / 13,000 원)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며 전세계적으로 탈핵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벌어진 사고 이후에도 세계의 몇몇 국가들은 다시 멈추었던 원전을 가동하려고도 하고 심지어 우리나라는 전력난을 우려하며 원전을 멈추지도 못하고 노후화된 원전도 폐기하지 못하고 땜질 수리를 해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자랑하고 있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위험한 원자력 발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까요? 그런 의문은 일본공산당 계열의 <신문 아키하타>가 2011년에 출간한 <일본 원전 대해부>라는 책에서 우리와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극단적 대미종속 구조'와 '원전 이익 공동체'가 연주하는 잔인한 협주곡

일본은 2차세계 대전 당시에 처음으로 투하되었던 2기의 원자폭탄에 피폭된 유일한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전후 일본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전 대국으로 성장하는 묘한 전개가 일어납니다.

히로시마 원폭투하는 실험이라는 의미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이번에는 기술적으로 아직 미완성 단계에 있는 원전을 건설해 히로시마를 새로운 핵실험의 장으로 만들려 했던 것입니다. (본문 67p)

원자폭탄이 전세계인에게 보여준 죽음의 이미지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는데에는 원자력으로 폐허가 된 땅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필요했다는 것 입니다. 이후 미국은 일본의 안보 문제와 원자력 문제를 연관지으며 일본의 대미 종속 구조를 강화합니다.

또한, 원전을 가동하면서 얻게되는 천문학적인 이득과 원자력 발전 특유의 전문성 때문에 이를 견제할 시민사회 세력이 부족한 틈을 타 일본에서는 '원전이익공동체'라는 집단이 생겨나서 수많은 이권을 독점합니다.

일본의 재계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원전이권을 둘러싸고 역대정권과 한통속이 되어 원전을 추진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던 전력회사, 원전 메이커, 거대 종합건설사, 철강.시멘트 메이커 등 원전과 관련해서 이권을 챙겨온 일부 대기업들이 원전추진파 정치가.특권관료, 일부 미디어 및 어용학자 들과 유학되어 날조를 거듭해 왔던 것이 바로 '원전이익공동체'라 불리는 이권집단의 실체인 것입니다. (본문 15p)


이들은 정부 주최 심포지엄이나 주민설명회에서 등에서 원전이 들어설 지역의 주민들의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공작과 사전공모까지 벌이는기도 하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일본원자력문화진흥재단'을 통해서 일본 국민들에게 원전의 '안전신화'를 지속적으로 홍보해 자신들의 이익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원자력 문제를 에너지 문제가 아닌 일본의 안보문제와 관련을 지어 일본의 대미 종속성을 심화시키고자 했고, '원전 이익공동체'는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을 채결합니다.

미국은 일본과의 안보조약 파기까지 거론하며 원자력발전을 에너지 문제가 아닌 안전보장의 문제로 위치설정을 하였다고 합니다.  원전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던 '원전 이익공동체'는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을 맺으며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협에 대한 해석 문구는 끝까지 숨기며 핵연료의 재처리의 자유를 보장 받았으며 일미간의 대등성 확보가 실현되었다고 홍보합니다. 사실상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킨 이 협정으로 일본의 원자력 정책과 안보정책은 2018년까지 미국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본문 82p)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부와 재계 그리고 전력회사는 "원전이 사라지면 경제와 국민생활이 유지될 수 없다"는 위협을 되풀이했지만, 국민들은 결코 속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원전이 멈추고 가동률 제로가 되어 있는 지금(2013년), 일본의 경제와 생활은 아무런 문제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력부족이 피크에 달할 것이라던 여름철에도 단지 간사이 전력의 원전 2기가 가동되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절전을 위한 국민적 노력에 힘입어 잉여전력까지 발생했습니다. (서문 4p)

일본의 '원전 이익공동체'의 주장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원전이 멈추고 나서도 치명적인 전력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과연 이게 남의 나라 문제냐는 겁니다. 원전에 불량 부품이 납품되어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관계 당국들의 문제나 노후 원전 임에도 전력 부족을 이유로 다른 나라를 훨씬 상회하는 가동률을 보이는 우리 원전의 문제는 일본에서 보여준 병폐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특히 이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전 이익공동체'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마피아'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고위공무원이 이권을 노리고 여기 저기 자리를 옮기며 규제 감독 기능을 마비시키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속칭 '관피아'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대통령도 관피아 척결을 부르짓고 있는 형국이지만 너무나도 폐쇄적인 우리나라의 '원전 마피아'들이 형성하고 있는 이익 공동체를 깨트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본 원전 대해부 - 8점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홍상현 옮김/당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