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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31. 토르신과 난쟁이의 지혜 대결

지난 시간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오딘 신을 상대로 토르 신이 겪은 말다툼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옛 에다>에는 이 이야기와 대칭되는 이야기가 하나 더 실려있는데요 바로 11번째 시편인 <알비스의 노래>입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연재


26. 허풍쟁이 거인 흐룽니르와 토르의 결투

27. 히미르의 세 가지 시험(1)

28. 히미르의 세 가지 시험(2)

29. 거인왕 가이뢰트의 계략

30. 오딘신과 토르신의 말다툼




어느 날 검은 알프 족인 알비스(Alwis)라는 난쟁이가 아스가르트를 찾아왔습니다. 예전에 로키 신이 난쟁이들의 세상인 스바르트알프하임에서 신들의 보물들을 얻어온 이야기 기억 나시나요? 검은 알프 족들은 땅속 세상에서 주로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장인의 풍모를 가진 종족이었습니다.


그런 종족에 속한 알비스라는 난쟁이는 겁도 없이 토르 신의 딸인 트루트(Þrúðr)를 사모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기 위해 아스가르트로 직접 찾아온 것이지요. 아스가르트의 신족들이 거인들과 결혼을 하는 경우들은 제법 있었지만 한급 낮은 종족으로 분류되는 난쟁이와 결혼을 하는 경우는 이제껏 없었습니다. 때문에 예전에 프라야가 브리징가멘을 얻기 위해 난쟁이 넷과 돌아가면서 밤을 보냈던 이야기는 매우 예외적이기도 하고 여신 프라야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일인 셈이지요.


여하튼 마침 토르 신이 자신의 궁전에 도착해서 알비스와 마주치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토르 신의 명성만 들었지 실물을 본적이 없던 알비스는 다짜고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혼인을 막지말라고 소리쳤고, 토르 신은 신부의 아비에게는 혼인을 막을 권한이 있다며 그러는 너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알비스는 정중히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이 신들이 만든 아홉 세계를 두루 경험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며 자랑했습니다. 사실 알비스(Alwis)라는 이름에는 '모든 것을 아는 자'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토르 신은 세상에 대해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난쟁이라면 자신의 딸을 내줄 수 있다면서도 그 전에 그 지식을 시험해 보겠다면서 세상일에 대한 이러저러한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여기부터 등장하는 대화는 시구로 구성된 <옛 에다>의 특성상 쉽게 와닿지는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대체적으로 토르 신이 알비스의 지혜를 시험하는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충 예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31p에서 인용)


토르 신은 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알비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인간들에게는 '땅'이요, 아제 신들에게는 '들판'이며, 바네 신들은 그것을 '길'이라 하고, 거인들은 '늘푸른'이라 하고, 하얀 알프들은 '자람(성장)'이라 하며, 더 높은 힘들은 '진흙'이라 합니다."


이처럼 그들의 대화는 어떤 단어와 그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옛 북유럽 사랍들은 지혜는 지식에서 나오며,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알고 그것들의 이름을 아는 것을 중요한 지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도 어떤 영웅이나 신족들의 혈통과 가계를 외우는 것도 높은 수준의 지혜로 여기곤 하였는데 이미 프라야 여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이를 한 번 다루어 본 적도 있습니다.


관련 연재

17화. 프라야 여신과 힌들라 이야기



이후에도 토르 신과 알비스의 문답은 계속 되었습니다. 하늘, 달, 해, 구름, 바람, 공기, 바다, 불, 숲 등등등 다양한 것들에 대한 질문에 알비스는 자신의 지혜를 뽐내고자 척척 이것들을 부르는 이름들을 나열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밤새도록 지혜문답을 주고 받았는데 알비스의 주장대로 이 난쟁이는 모르는 것이 없는 듯 했습니다. 토르 신의 모든 질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딱 내놓았으니까요.



그런데 새벽이 지나고 동이 트자 아침 햇살이 토르 신의 궁전에도 도달했습니다. 그 순간 알비스는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검은 알프 족들이 땅속 깊은 스바르트알프하임에 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햇빛을 받게 되면 돌이 되버리거든요. 알비스는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고 토르 신의 딸과 결혼하려는 욕심에 결국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대단히 모순적인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난쟁이가 세상의 엄격한 질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거든요. 아제 신들이 세상을 창조하던 시절에 태초겅니 이미르의 살 속에 있던 구더기를 이용해서 만든 존재인 난쟁이들이 가장 힘센 신인 토르 신의 딸과 결혼을 하겠다니요.


종종 거인들과 신족들이 다투는 장면이 그려지면서도 종종 그들이 결혼하는 이야기도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아제 신족들이 세상을 만들기 전부터 태초 거인으로부터 직접 태어난 거인들을 사실상 동등한 존재로 간주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알비스는 모든 지식을 얻은 듯 했지만 정작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해서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으 주제를 알고 세상이 돌아가는 질서를 이해한 후에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혜라는 것을 옛 북유럽 사람들은 신화 속에 돌려서 기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르 신의 대처는 또 어떤가요? 건방진 난쟁이를 묠니르로 때려 잡았으면 쉽게 끝났을 일을 아침 햇살이 들어올 때 까지 잡아둠으로써 알비스 스스로 운명을 달리하게 유도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쎈 신이 일개 난쟁이를 때려잡았다면 웃음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평소에 지혜로운 모습을 보인적이 거의 없던 토르 신의 색다른 면모를 보이기도한 에피소드로 남았습니다. 바로 저번주에 살펴본 잿빛수염 이야기와 대비되면서 또 재밌기도 하죠? 아마 다른 아제 신들이 워낙 약삭빠르고 똑똑해서 토르 신이 다소 멍청하게 그려지는 것이지 실제로는 비범한 신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북유럽 신화에 기록된 토르 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대중문화 속에 직접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다루다보니 다소 연재 의도와 다르게 북유럽 신화만 소개하는 시간이 좀 길어졌는데요,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북유럽의 주요 신들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경우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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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C3%9Er%C3%BA%C3%B0r

http://en.wikipedia.org/wiki/Alv%C3%ADss

http://en.wikipedia.org/wiki/Alv%C3%ADssm%C3%A1l

http://en.wikipedia.org/wiki/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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