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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34. 신들의 혀, 크바지르(1)

지난 시간에는 <콜 오브 듀티 : 고스트>에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의 요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신의 지팡이'라는 구상 단계까지 갔었던 실제 무기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들이 붙어있는게 참 독특했었죠?


이번 주 부터는 아직 다루지 못했던 신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시인들과 문학의 신인 브라기(Bragi) 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들의 혀, 크바지르(Kwasir)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연재


29. 거인왕 가이뢰트의 계략

30. 오딘신과 토르신의 말다툼

31. 토르신과 난쟁이의 지혜 대결

32.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등장하는 게임들(1)

33.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등장하는 게임들(2)




아제 신과 바네 신들의 전쟁이 막 끝나고 평화조약을 맺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오딘 신은 양측 신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큰 함지에 자신의 권위를 인정하는 신이라면 이 함지에 침을 뱉으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신들은 침을 뱉었고 이렇게 모인 침을 가지고 인간 남자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신들은 그에게 크바지르(Kwasir)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여기에 그의 혀는 오딘 신이 직접 만들어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신들의 순수한 침이 한 인간을 만들고, 그 혀는 오딘 신이 만든 특별한 존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죠.





신들의 혀인 크바지르는 아주 현명하고, 지혜로운 말을 할 줄 알고, 세상의 많은 일에 대해서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중간계를 돌아다니며 아제 신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음을 모두에게 알리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현명하게 답변하며 중간계의 인간들을 가르치는 신들의 훌륭한 대변인이 된 셈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오딘의 까마귀들이 크바지르의 죽음을 오딘 신에게 알립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옥좌에서 그의 죽을을 지켜본 오딘 신은 사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그네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챙이 넓은 모자로 애꾸눈을 가리고, 망토를 걸친 오딘 신은 중간계에 다다라 사태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사악한 난쟁이 피얄라르(Fjalar)와 갈라르(Galar)가 크바지르를 초대해 놓고는 칼로 찔러 죽여버린 것이었죠. 준비해 놓은 항아리에 크바지르의 귀중한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받아놓고는 꿀을 섞어서 아주 맛이 좋은 꿀술을 빚었다고 합니다.


신들의 침으로 만든 크바지르의 피였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지혜의 에센스였기에 이를 이용해 만든 술은 엄청난 시의 음료가 되었습니다. 이를 마신 신이나 인간은 누구나 뛰어난 시인이 될 수 있었고 신과 인간의 운명을 노래하는 시를 쓸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때문에 이 이야기가 기록된 <에다>의 모든 시들은 이 크바지르의 피로 빚은 꿀술을 마신 시인들인 셈이지요.



여튼 난쟁이들은 이 꿀술을 세 개의 항아리에 나누어 보관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 누군가 크바지르의 행방을 물으면 지혜가 넘쳐 그만 거기에 빠져 죽었다고 둘러대곤 하였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이 난쟁이들은 길링(Gilling)이라는 거인과 그 아내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첫 날 거인들을 잘 대접한 난쟁이들은 다음날 길링에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바다를 모르는 길링이었지만 친절한 난쟁이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 아내는 집에 남겨두고 바다로 떠납니다. 


그런데 이 난쟁이들은 바다로 나아가서는 배를 뒤집어서 헤엄을 치지 못하는 길링을 죽여버리고 맙니다. 그리고서는 다시 배를 뒤집어 난쟁이들만 집으로 돌아와 길링의 아내에게 남편의 죽음을 전합니다. 그리고서는 슬픔에 가득찬 아내에게 남편이 죽은 바다라도 보겠냐며 피얄라르가 밖으로 유인했고, 따라나서는 길링의 아내를 갈라르가 문위에서 맷돌을 집어던져서 또 아내마저 죽이고 말았습니다.


<에다>를 썼던 시인들이 마셨던 꿀술이 조금 부족해서인지 난쟁이들이 어째서 이 거인들을 죽였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이후의 이야기는 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죽은 길링의 아들(조카라고 기록된 문헌도 있습니다.) 주퉁(Suttung)이 이 소식을 듣고는 피얄라르와 갈라르를 바다로 끌고가 암초 위에 묶어버린 것이지요. 밀물이 들어오면 꼼짝없이 익사하게 생긴 난쟁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살려준다면 소중한 꿀술을 주퉁에게 주겠다고 애걸복걸하였습니다. 주퉁이 난쟁이들의 애원을 받아들여 결국 귀중한 꿀술은 거인 주퉁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각종 삽화들을 보면 거인의 크기와 신들의 크기도 매우 차이가 나고, 신화 속 여러 요소들을 검토해보면 대충 아제 신들과도 9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신들보다 작은 난쟁이들이 길링과 그의 아내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하기도 합니다.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는 신들의 혀라는 크바지르의 설정이 인상적이었는지 이 이름은 노르웨이의 검색엔진의 이름으로 차용되기도 하였습니다. (http://www.kvasir.no/)






침을 모아서 사람을 만들고, 또 이 사람을 죽이고 피를 모아서 꿀술을 만들고.... 어째 더럽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 이야기지요? 북유럽 지대의 긴긴 밤을 지새우며 후대로 전해진 이야기의 특성상 잠을 쫓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도록 잔인하기도 가끔은 외설스러운 면도 섞어주어서 흥미를 더 돋군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듯 말이죠.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다음 시간에 마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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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Kvasir

http://ru.wikipedia.org/wiki/%D0%9A%D0%B2%D0%B0%D1%81%D0%B8%D1%80

http://en.wikipedia.org/wiki/Mead_of_poetry

http://en.wikipedia.org/wiki/Suttungr


http://kvasir.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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