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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08.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2) : 신들의 다툼과 그 결말

지난 시간에는 아제 신들과 바네 신족에 어떤 신들이 속하는지, 그리고 그 두 신족 사이의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바네 신족에 속한 굴바이크 여신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다들 기억나시나요 ^^?


지난 연재

03.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2)

04. 북유럽신화 세계의 창조

05. 북유럽 신화와 우리 옛 이야기의 유사성(1) : 해와 달 이야기

06. 북유럽 신화와 우리 옛 이야기의 유사성(2) : 맷돌 이야기

07.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1) : 황금열망 굴바이크


오늘은 지난 주 이야기에 이어서 아제 신족과 바네 신족 사이의 전쟁 이야기를 마저 끝내겠습니다.


바네 신족은 아제 신족을 다 죽이고 세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아제 신족과 함께 대등하게 세상을 지배할 수 있도록 아제 신족을 제압하겠다는 정도였지요.


바네 신족들은 전쟁 준비를 갖추고 아스가르트로 몰려갔고, 아제 신족에게 먼저 대등한 권리를 요구했지만 전쟁을 좋아하는 아제 신족에겐 필요없는 제안이었죠. 차라리 힘으로 바네 신족들을 제압하고 지금처럼 지내면 충분하니까요.


아제 신족을 이끄는 오딘 신이 창을 바네 신족에게 던지면서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처음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바네 신족들이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아제 신족들이 싸움을 더 잘한다는게 드러나기 시작했고, 결국 바네 신족들은 바네 신족들의 세계인 바나하임(Wanaheim)으로 도망가고 맙니다.


하지만 아제 신족들은 바나하임까지 따라와 그곳을 약탈하고 점령하려 했지만, 자신들의 세계까지 빼앗길 수 없었던 바네 신족들의 항전이 계속되면서 양쪽 모두 피해만 커가고 압도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결국 양쪽은 휴전을 하기로 하고 서로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 각각 볼모를 상대 진영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바네 신족은 자신들의 가장 훌륭한 신인 뇨르트, 프라이, 그리고 프라야를 아스가르트로 보냈습니다.

아제 신족은 오딘의 동생 회니(Hœnir)신과 미미르의 샘을 지키는 지혜로운 거인 미미르(Mimir)를 바나하임으로 보냈습니다.

(미미르의 샘 이야기는 연재물의 1편에서 간략히 다루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더 자세히 다뤄볼께요 ^^)


(Hœnir in an illustration from a 17th-century Icelandic manuscript)



아제 신족들은 바네 신족에서 넘어온 신들에게 아제 신족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고, 결국 이들 신들은 후에 아제 신족에 속하게 됩니다. 그들을 평등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죠.


반면 바네 신족은 아제 출신인 회니를 아예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삼습니다. 키도 크고 기품도 있는 회니 신의 겉모습에 반한 것인데요, 사실 회니 신은 실제로는 지혜와 지식이 부족하고, 결단력이 떨어지는 신이었습니다. 그나마 지혜로운 거인 미미르가 옆에 있을 때는 도움을 받아서 괜찮았지만, 미미르가 자리를 비웠다치면 결정을 못하고 멍청한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았죠.


나중에야 이를 알게된 바네 신들은 화가납니다. 자신들은 가장 훌륭한 신들을 보냈는데, 이런 형편없는 신과 거인 따위를 보내주다니!!!


결국 바네 신족은 엉뚱하게도 회니 신은 그대로 두고 미미르의 목을 쳐서 아스가르트로 던져버렸습니다. 아제 신족인 회니를 죽였다가는 아제 신족과 다시 전쟁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을까요? 하지만 이 엉뚱한 결정은 결국 점점 엉뚱한 결정만 내리는 바네 신족 전체가 역사 속에서 잊혀지는 첫 결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아제 신족과 바네 신족 간의 전쟁은 이들을 믿었던 후대의 두 부족간의 전쟁이 신화로 기록된 것이라 보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우리의 단군 신화에서 환웅 부족이 새로 한반도에 진출했을 때 호랑이를 믿는 부족과 곰을 믿는 부족 사이에서 곰 부족과의 연합을 통해 호랑이를 믿는 부족을 몰아내고 연맹국가를 구성한 것으로 추측하는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게도 북유럽 지역에서도 부족 간의 전쟁이 있었나봅니다.


풍요로운 덴마크 지역에서는 평화로운 바네 신족을 믿고 있었고, 라인강 유역에서는 아제 신족인 오딘 숭배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네 신족 풍습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먼저 전해지게 되고, 약 800년 후에 오딘 숭배 문화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통해 전파가 되는데 이 때 두 숭배 집단 간의 전쟁이 발생했고, 여기서 승리한 아제 신족 위주로 신화가 새롭게 쓰여졌다는 것이죠.


(A Dutch map of Northern Europe, 1601)



이 때문에 바네 신족은 멍청한 결정만 내리는 마법쟁이로 묘사가 되고, 아제 신족은 용맹하게 싸워서 전쟁에 사실상 이긴 것도 모자라 전쟁 포로인 바네 신족들을 평등하게 대해주는 대범한 신들로 기록이 되게 된 것입니다.


다음주부터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 미드가르트와 인간들이 만들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북유럽 신화의 기본 개념이 되는 9가지 세상들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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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빠진 4~8화 순차적으로 올리고 14.01.20 9화 발행부터 동시 연재 시작 예정입니다. ^^*)


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H%C5%93nir


http://en.wikipedia.org/wiki/Northern_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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