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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장르소설

전혀 다른 두 남녀의 달달한 사랑이야기 - [그레임 심시언] 로지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단순한 흥미 위주의 로맨스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책에서 꼭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는 흥미 위주이고 가볍게 쓰여졌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서일까요?

때문에 주위에서 워낙 재미있다고 추천받기 전에는 일부러 찾아서 읽어보지는 않는 편입니다.


이책을 알게 된 것은 새로나온 책들이 없나 알라딘의 요기조기 뒤적거리던 중에 파스텔 톤의 책 표지에 눈이 갔고, 책소개를 뒤적 거리던 중에 네이버웹툰에서 자주 보는 Penguin loves Mev의 작가가 그린 리뷰를 보게 된 것이죠.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92446


캐릭터 설정이 워낙 흥미롭고, 어떻게 튈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가 너무 궁금해서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책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출판사의 광고만 보고 로맨스 소설을 고른 것은 처음인 만큼 판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 소설은 2012년 미발표 원고에 수여되는 빅토리안 프리미어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직후 39개국에서 출판되었으며, 호주에서 출간하자마자 10만부도 나갔다고 하고, 무려(!!) 영화화도 진행중이라는 풍문은 구매 결심에 확신을 실어주었습니다 ^^;;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에서 구매하기로 결심했고, 책을 읽는데는 교보문고의 전자책 리더 SAM이 수고해주기로 했습니다.



책의 주인공 돈 틸먼은 만화속에서나 튀어나왔을 듯한 캐릭터입니다.

유전학 교수인 돈은 자신의 일주일 일과를 화이트보드에 분단위로 계산해서 기록해 놓고, 하루 일과 중에 다른 이들의 간섭으로 몇분 지체된 것 만으로도 그로 인해 변해진 스케쥴을 조정하기 위해 하나하나 따져보는 극단적으로 이성적인 남자이지요. 반면 그런 그의 특성 때문에 돈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인터넷 검색과 관련 서적을 정독하는 것 만으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순식간에 갖출 수도 있고, 사람을 쳐다보는것 만으로도 그의 추정나이와 BMI를 계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작품 초반에 돈이 동료인 진 대신에 떠맡은 '아스퍼거 증후군'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돈 스스로 보여주는 행동상의 특징과 매우 유사해 독자들에게 책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배경지식 제공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돈은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왔던 배우자 찾기 문제를 일종의 과학적 연구대상으로 삼아, <아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아내를 찾기 위한 설문문항을 만들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배포해 자신에게 꼭 맞는 배우자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에게 동료인 진은 로지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소개해주고, 당연히 아내 프로젝트의 설문문항을 통과한 여자일 것이라 생각한 돈은 그녀와의 데이트를 즐기는데!!!


그녀는 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의 데이트 과정에서 완전히 무너져버린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그날 하루가 굉장히 자신에게 즐거웠다는 것을 발견한 돈. 또한 로지가 자신의 친어머니의 하룻밤 불장난으로 친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태어났으며, 그를 찾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아내 프로젝트>를 잠시 유보하고, 유전학자인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그녀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하룻밤의 불장난 직전에 있었던 모임에 참가했던 모든 백인 남성의 유전자를 수집해 분석하는 <아버지 프로젝트>를 통해서 로지의 친아버지를 찾아주기로 합니다.


극단적으로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돈과 통통튀는 매력적인 아가씨 로지와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작가 그레임 심시언은 컴퓨터 시스템 컨설턴트 회사를 경영하다가 호주의 RMIT 대학에서 영화 시나리오 강의를 들으면서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돈의 컴퓨터와 같은 냉정한 이성에는 컴퓨터 관련 계통에서 일하는 작가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그의 아내 앤은 정신의학과 교수이면서 로맨스 소설 작가라고 합니다. (아내 덕분에 극 전체의 주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유전학과 심리학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극 전체에 달달한 구성에 큰 도움이 된 듯 하네요 ^^)


한 편의 재미난 로멘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듯 한 책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화가 진행중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말도 안되는 캐릭터이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구축하는데 작가가 워낙 공을 들여놓아서 극단적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이지만 현실에서 정말 있을듯하다는 생동감을 주었던게 참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아예 홍보 문구로 "빅뱅 이론의 셸던 쿠퍼가 결혼한다면?"을 책표지에 박아놓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다른 사이트들을 살펴보니 자폐증과 아스퍼거 장애와의 차이를 다룬 글들도 참 많네요 ^^ 이번 기회에 시간 좀 내서 한 번 정리를 해 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후에 자세한 포스팅을 한 번 더 남겨야겠습니다.)


클로디아라는 완벽한 아내를 두었지만, 전세계 모든 국적을 가진 여성과의 관계를 맺겠다고 다짐하고 직접 행하는 돈의 동료 진의 캐릭터도 정말 독특하지만,


그런 그를 이해하고 개방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클로디아라는 캐릭터도 참 독창적이죠.

(호주에는 그런 관계가 일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돈이 칵테일 제조 기술이 필요하자 칵테일 제조법이 적힌 책을 줄줄 읽어서 전문 바텐더 못지않게 척척 제조해내는 모습이나, 생전 처음 야구를 보러 가면서 야구 규칙만 찾아보고 몇몇 선수들의 데이터만 외워간 뒤에 만난 야구팬과 열정적인 토론을 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해못하자 로맨스 영화 10여편을 구해서 하루 종일 연구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아이폰에서 앱스토어를 켜고 앱을 다운받는 듯한 ㅋ 너무나 기계적이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작가가 참 잘 만들어낸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작품의 후반부엔 로지의 친부 후보 중 호주 밖에 사는 2명 (마침 그들은 뉴욕에 모여있고...)을 찾기 위해 뉴욕에 돈과 로지가 가는 부분이 있는데, 호주 영어와 미국 영어의 차이를 묘사하는 부분은 아예 영어 각주를 달아주거나, 아니면 우리말 사투리를 사용해서 위트있게 번역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 부분이 무미건조하게 처리되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번역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원문을 읽지는 않았지만 읽는데 큰 지장을 주지 않게 매끄럽게 읽히는 게 참 좋았습니다. )


매력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그리고 추운 겨울밤에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죽어가는 연애세포를 소생시키는데는 참 알맞는 소설이었습니다 ^^



로지 프로젝트 - 8점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까멜레옹(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