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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29. 거인왕 가이뢰트의 계략

티스토리 보안 문제 때문에 한동안 접근 차단과 로그인 제한이 있었습니다. 시스템 상의 오류였다고는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태그들과 게시글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지하지 못하고 연재가 잠시 중단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ㅜ


꼼꼼하게 점검하고 다시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지난 시간까지 토르 신의 여러 모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거인들의 왕 가이뢰트가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연재

24. 어마무시한 거인 스크리미르와의 만남

25. 우트가르트-로키 성에서의 대결

26. 허풍쟁이 거인 흐룽니르와 토르의 결투

27. 히미르의 세 가지 시험(1)

28. 히미르의 세 가지 시험(2)


로키 신이 어느날 프라야의 매로 변신할 수 있는 옷을 빌려 요툰하임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던 중 요툰하임의 깊은 곳에 위치한 거인들의 왕 가이뢰트(Geirröd)의 성에 도착해 지붕 위에서 성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가이뢰트가 지붕 위의 매를 발견하고 부하들에게 잡아오라고 시켰지만 지붕이 가팔라 거인들은 오르는 동안에 자꾸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로키 신은 이를 재미있게 지켜보다 거의 다달랐을 때 날아오를 요량이었죠. 하지만 발톱이 지붕 틈 사이에 끼인걸 모르고 깔깔 거리면서 거인들의 몸개그를 구경하다 그만 잡히고 말았습니다.


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가이뢰트가 그 눈을 들여다보자 진짜 매가 아니라 매로 변장한 다른 존재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거인은 정체를 밝히라고 명령하였으나 로키 신은 묵묵부답이었죠. 결국 가이뢰트는 매를 상자 속에 가두고 무거운 돌로 눌러놓았습니다.


이로부터 석 달이 지난 후에 굶주림에 시달린 로키 신은 결국 변장을 풀고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비로소 자신이 잡은 존재가 아스가르트의 말썽꾸러기 로키 신임을 알아차린 가이뢰트는 이 기회를 이용해 거인들을 두렵게 하는 토르 신을 제거할 수 있을 계략을 짰습니다.


굶주린 로키에게 음식을 앞에 두고는 토르를 가이뢰트의 성으로 데려오되, 쇠망치, 쇠장갑, 그리고 허리띠를 놓아두고 맨몸으로 데려오라는 맹세를 하라고 강요한 것이지요. 북유럽 신화 세계에서 맹세를 한다는 것은 꼭 지켜야만 했습니다. 하찮은 미물과 신이 약속한 것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데 하물며 신과 비등한 존재인 거인과의 약속을 깰 수는 없었지요.


음식 냄새에 눈이 뒤집힌 로키 신은 일단 약속을 하고 와구와구 음식을 먹은 뒤 아스가르트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아무 무장 없이 토르 신을 요툰하임으로 데려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아무리 꾀를 내어보아도 방법이 없어보였죠. 일단 약속이라도 지키자는 생각에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토르 신을 말빨로 꾀어서 아무런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채 여행을 떠나는 데는 성공하였습니다.


토르 신과 로키 신은 요툰하임으로 가는 길에 서리거인 그리트(Gridr)의 집에 하룻밤 묵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딘 신과의 사이에서 비다르(Widar)라는 자식을 두었고 때문에 아제 신들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토르 신이 아무런 무기 없이 가이뢰트의 땅으로 간다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지팡이와 쇠장갑 그리고 힘의 허리띠를 빌려주었습니다. 토르 신은 자신의 무기들은 아스가르트에 두고 왔지만 그리트의 도움으로 무언가 비스무리한 물건들은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토르 신과 로키 신은 가이뢰트의 성을 향해 출발했는데 그들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강이 나타났습니다. 허리띠를 꽉 조이고 지팡이에 힘을 실으며 겨우겨우 나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물살이 강해졌습니다. 물의 상류를 바라보니 그곳에는 가이뢰트의 딸 그얄프(Gialp)가 엄청난 양의 오줌을 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토르 신은 강바닥에서 거대한 바위 덩이 하나를 집어서는 그얄프의 오줌구멍을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그얄프는 죽지는 않았지만 힘에 밀려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습니다. 그얄프가 쓰러진다고 해서 이미 불어난 물이 줄어들지는 않았죠. 토르 신과 로키 신은 그대로 떠내려가다가 겨우겨우 마가목 가지를 붙잡고 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들은 가이뢰트의 성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거인들이 신들을 숙소로 안내했지만 그곳은 춥고 지저분한데다가 심지어 앉을 의자도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토르 신이 의자에 앉자마자 갑자기 의자가 천장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토르 신은 그리트의 힘의 지팡이 그리다르볼(Gridarvol)을 천장에 대고 힘을 주어 밀었습니다.


갑자기 아래서 비명과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의자 밑에는 아까 오줌을 누던 그얄프와 가이뢰트의 또 다른 딸인 그라이프(Greip)가 있었던 것이지요. 토르를 천장에 짓눌러 죽이려다가 되려 토르신의 힘에 밀려 척추가 부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germanicmythology.com/ASTRONOMY/GEIRROD.html




마침내 토르 신은 가이뢰트의 홀에 당도했습니다. 토르가 홀에 들어서자 가이뢰트는 커다란 집게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난로에서 쇳덩이 하나를 꺼내 토르에게 집어던졌습니다. 하지만 토르에겐 그리트에게 받은 쇠장갑이 있었으며 이를 붙잡아 가이뢰트를 향해 힘껏 던질 수 있었죠.


결국 쇠공은 가이뢰트의 심장을 뚫어버렸고 결국 계략을 꾸몄던 거인들의 왕 가이뢰트는 온가족도 잃고 죽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처럼 로키 신이 말썽을 벌이고 이를 토르 신이 수습하는 형태의 이야기가 벌어졌지만 지금까지 토르 신을 죽이려 들었던 다른 거인들과 달리 아제 신족들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로키 신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것만 믿고 너무나 허접하게 상대하지 않았나 싶은 가이뢰트 왕의 계략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북유럽 신화의 여러 이야기들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토르 신과 잿빛수염 간의 말다툼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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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Loki

http://en.wikipedia.org/wiki/Geirr%C3%B6d

http://en.wikipedia.org/wiki/Gj%C3%A1lp_and_Gre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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