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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시/수필

속세를 벗어나 비구니가 되기까지의 여정 - 길 위에서

[이창재] 길 위에서 / 북라이프 출판 / 출간일 2013-12-20.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스님 한 두 분이 목탁을 두들기며 들어오시고, 식당 주인께서는 쌀 한바가지 정도를 시주해주시거나 내쫓거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남자분들이라면 3대 혹은 4대 종파가 갖추어진 훈련소에서 군생활을 시작하셨다면 어디 종교에서 더 맛난 간식을 주나 사회에서의 자신의 종교도 잠시 내려놓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초코파이와 몽쉘을 받아먹으면서 불교를 접한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래 저래 직간접적으로 불교를 접하면서도 스님들이 왜 불제자의 길을 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스님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기는 해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도시 여기저기에 위치한 교회나 성당들과는 달리 속세와 멀리 떨어진 산에 주로 위치한 불교의 특징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양성 영화로는 <지슬>과 <우리 선희>의 뒤를 이어 2013년 3위의 관객 동원 기록을 무난히 지켜낼 것으로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서>(2013)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1년에 단 두 번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비구니들이 수행하는 절인 '백흥암'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그들의 수행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라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지 참 신기합니다. 책 곳곳에서 허락을 받고 거절당하고 다시 허락을 받고 거절당하는 과정이 안타까우리만큼 처절하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사실 백흥암은 10여년 전에 한 지방방송국에서 동안거 수행 부분만을 제한적으로 촬영한 적은 있었다곤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해당 방송국 국장이 무려 10년 동안 백흥암을 찾아오며 간청을 하고서야 가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창재 감독의 진실된 뜻이 통했던지 백흥암 회주 스님의 허락으로 겨우 허락을 떨어졌지만 막상 그곳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들과의 마찰은 또 다시 하나하나 넘어서야할 큰 장애물이었죠.


"때로는 문득 이분들이 도를 닦는 수행자들이 맞나 싶을 만큼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지나가다 한번 찔리는 날이면 며칠 동안 아팠다." - p.137.


최근 <아빠 어디가?>를 통해서 템플 스테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겠지만 스님들은 수행만을 하는게 아니라 절에서 해야되는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서 수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자기 시간을 가지기도 어려운 분들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절에서 하는 각종 일들이 면해지고 오직 수행만 할 수 있는 기회인 백흥암에서의 하루하루를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이창재 감독이 이뻐 보일리가 없었겠지요.


이런 촬영을 들어가기 전 이야기들이나 카메라에는 미처 담을 수 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나왔으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고, 평소 불교를 수행하는 스님들의 삶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훌륭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떻게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행자들은 어떤 일들을 하는지, 스님이 되기 위해선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수행을 이겨내야만 하는지가 단행본 한 권 안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도서화한지라 영화의 스틸컷이 여기저기 들어가 있어서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영화를 본 것만 같은 영상미가 그득한 책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가장 힘들고 고단한 일인 해우소(절의 화장실) 청소와 난방 일을 절에서 가장 고참 비구니들께서 맡아 하신다는 점입니다. 제일 어르신들이 직접 청소를 하시니 해우소를 함부로 더럽게 쓸 수 없고, 아직 온돌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랫목은 뜨겁고 윗목은 추운 난방 구조의 특성상 누군 춥다하고 누군 덥다할 게 뻔한데 가장 법력이 높으신 분들이 난방일을 맡아 하시니 불평불만 없이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겠거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는... 어찌보면 가장 합리적인 업무 분배가 군대를 다녀온 저에겐 신기했습니다. 


속세에 찌들대로 찌들고 제멋대로 사는 삶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절대 경험해보지 못했을 챗바퀴 돌듯 돌아가는 하루 일과와 끊임없는 수행을 반복해야 하는 스님의 일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_<




길 위에서 - 6점
이창재 지음/북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