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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기타 해외소설

꿈과 현실의 경계, 이해하기 어려운 <팽 선생>

[서평] 로베르토 볼라뇨의 <팽 선생>(2013)


[로베르토 볼라뇨] 팽 선생 / 남진희 역 / 열린책들 출판 / 출간일 2013-11-30 / Monsieur Pain (1994년).


로베르토 볼라뇨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접했던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팽 선생>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는 마치 소개팅에 나가기 전에 꽃단장을 하며 상대방을 기대하듯 두근거리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드는 느낌은....

"이게 뭔 소리야..." 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이런 느낌이 들었던 소설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때도 책을 다 읽자 마자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번 볼라뇨의 <팽 선생>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했습니다.


관련 서평

2013/11/26 - [Reading Note/영어권소설] -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단서와 작가의 암시들을 찾아볼 수 있었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는 달리, <팽 선생>은 다시 꼼꼼히 읽어도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가장 난해했던 점은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퀴리 부인 가족들이나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 등이 등장하며, 책의 후반부에 다른 등장인물들의 약력들도 등장하기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지 경계가 모호한 느낌에 더 혼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단지 등장인물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설 자체도 팽 선생이 바예호의 딸꾹질을 고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미스테리한 일들은 어느 정도 줄거리를 가지고 진행되지만, 그 사이사이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하게 전개됩니다.


볼라뇨와의 첫 소개팅은 이렇게 찝찝한 첫 만남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어째 저는 그의 문학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여자를 만났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국내에는 볼라뇨의 대부분의 저서가 열린책들을 통해서 소개되었고, 지금도 계속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는 하기 어려웠던 볼라뇨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 다양한 그의 저작들을 접하면서 해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하며 서평인지 푸념인지 경계가 모호한 저의 글도 마치고자 합니다 ^^;;





팽 선생 - 8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