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ote/사회과학

우리의 식탁이 죽음의 식탁으로 변하고 있다

[서평] <죽음의 식탁> (마리 모니크 로뱅 씀 /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04 / 28,000 원)


지난 지방선거에서 가장 뜨거웠던 단어는 '농약급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원에서는 서울시에 해당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의 책임이 없다는 발표까지도 하였지만 정몽준 후보 측에서는 학부모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저 단어의 사용을 선거 막판까지 멈추지 않았었습니다.

우리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는 많은 어머니들은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재' 등 다양한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규제당국은 복잡한 계산식과 통계자료를 들이밀며 이 정도의 잔류량은 인간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며 농약 등의 화학물을 사용한 농축산물의 유통을 허가하고 있고 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품기업들은 이런 화학물들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기에 소비자들이 이전처럼 싸게 식재료들을 구할 수 없으리라 주장합니다.

과연 그들의 말은 옳은 것일까요?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식탁 위 먹거리들은 안전한한 것일까요? <몬산토>로 유명한 프랑스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마니 모니크 로뱅이 우리에게 보내는 또 다른 경고장 <죽음의 식탁>을 소개합니다.




우리의 식탁이 죽음의 식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양의 농산품을 더 적은 노동력으로 얻기 위해서 다양한 화학합성비료와 농약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일까요? 사실 농약은 원래 생명을 죽이기 위해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게 되어버렸습니다.(주느비에브 바브리에 박사와 아르망 파라시 공저의 발암사회 중, 책 44p에서 재인용)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형 농장 운영이 보편적인 서구에서는 더 넓은 농장에 많은 양의 농약을 살포하며 이 독성 때문에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독성을 평가하는 법칙 중에는 '하버의 법칙'이 있는데 이는 '미량의 독가스에 장시간 노출되어도 다량의 독가스에 짧은 시간 노출되는 것과 똑같은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성립된 법칙입니다.

우리의 식탁에 닿기 전에 더 많이 농약에 노출되는 농부들의 피해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종 소비자인 우리들도 미량의 농약에 더 긴시간 노출되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침묵의 봄>의 저자인 레이첼 카슨도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어떻게 그리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생물종을 없애버리겠다고 인간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위협하며 환경 전체를 오염시키는 방법을 쓸 수 있었을까? - p.69에서 재인용 

우리 식탁에 오르는 또 다른 죽음의 물질들은 주로 공산품에서 발견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무설탕 음료들에 흔히 첨가되는 '아스파르탐'이라는 물질 들어보셨나요? 설탕의 유해성에 놀란 대중들을 달래기 위해서 설탕보다 200배 이상의 단 맛을 내는 이 물질이 우리의 식탁에 대신 도입되었지만 이 물질은 현재까지 발견된 부작용만 해도 '두통, 현기증, 구토, 구역질, 복부 경련, 시력 장애, 설사, 간질 발작 등' 91가지의 부작용이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가정의 부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플라스틱 포장재, 랩, PVC, 통조림 캔, 세제, PFOA 코팅 된 프라이팬과 냄비' 등에는 '비스페놀A'라는 물질이 검출되는데 이는 생태계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작용합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생명체의 호르몬과 똑같은 수용체에 들어가서 특정 기능을 시작하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1950년대 임산부의 입덧을 완화해준다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약품은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여명이 넘는 팔 다리가 없는 기형아가 태어나는데 영향을 끼친 바 있습니다. 즉각적인 기형을 유발하지 않다가도 장기간의 심각한 피해를 입혔던 이런 약물의 유해성을 잊어선 안 됩니다. 지금 벌어지지 않아 안심하고 있는 수 많은 화학합성물들의 재앙이 수십년 후에 터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우리의 식탁을 지킬 수 있나?

근본적으로는 유기농 채소를 섭취하고 현재까지 유해성이 확인된 화학첨가물이 함유되지 않은 공산품들을 선별해서 구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유기농, 무농약으로 표시된 채소의 품질을 검증하고, 제품성분에 표시조차 안하고 첨가되는 화학물들의 독성을 분석하고 규제할 규제기관들이 정상화되어야만 이 방법이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제품의 독성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제기관이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제품의 독성을 분석하고 연구할 기관들에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여전히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업이 제품의 독성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전술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을 만드는 기업의 거짓말을 쉽게 눈감아 버리는 유력 학술 기관이나 정부 기관이 그것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 p.233.

기업에서는 화학약품을 금지하는 조치가 농산물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등의 경제적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런 화학약품의 독성으로 인해 입는 피해액을 감안하면 오히려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1992년에 수행된 연구는 미국에서 연간 농약 노출에 지출되는 보건 비용이 7억 87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조심스럽게 추산했다. 15년 뒤에 유럽에서 이루어진 비슷한 연구는 가장 위험한 농약만 금지해도 연간 260억 유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p.560.

1994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독성학자 재클린 베렛은 "규제 기관이 화학물질에 권리를 빌려 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 화학물질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 권리의 주인은 인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규제 기관의 밀실 행정과 기업의 탐욕을 견제하는 '경고를 보내는 과학자'들의 소중한 연구를 부정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 우리의 식탁을 안전하게 지켜내야겠습니다.


죽음의 식탁 - 10점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판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