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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일상다반사

왜 요즘 드라마에는 동화책이 자꾸 등장하는거죠?

요즘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인 듯 합니다. 극 초반에는 강경옥 작가의 <설희>와의 표절논란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더니, 요즈음은 전지현과 김수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케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시면서 많이들 느끼셨을 텐데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드라마 덕분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입니다. 국내에서는 민음사의 아동전문 브랜드인 비룡소를 통해서 2009년에 출간된 책인데,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인공인 김수현과 전지현이 특정 대목을 낭독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SBS 방송화면 캡쳐)


특히 자주 언급 되는 대목은


 "옛날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토끼가 있었어요. 토끼는 어린 여자아이를 사랑했고 그 아이가 죽어 가는 걸 지켜보았어요. 토끼는 다시는 사랑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입니다. 현재까지 <별그대>에서 진행된 부분 중에서 400년을 살아온 외계인인 김수현이 조선시대에서 현세의 전지현과 똑닮은.. 환생하기 전의 삶이라 추정되는 소녀와의 관계와 매우 비슷하기에 앞으로의 드라마의 전개에 이 책의 내용이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드라마 속에서 동화책이나 소설책이 등장하고 작품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친 경우는 최근에 유행한 두 드라마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바로 <시크릿 가든>(SBS, 2011)과 <주군의 태양>(SBS, 2013) 입니다. 의도적으로 고른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전부 SBS 작품들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SBS 방송화면)

<시크릿 가든>에서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가 작품을 전개하고 시청자들이 이해하는데 주요한 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인어공주를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세컨드 이야기"라는 현빈의 대사에 재벌가 도련님의 왜곡된 가치관을 드러내면서도 후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전개되는데 큰 역할을 했었습니다.



(사진출처 : SBS 방송화면)



<주군의 태양>에서 등장하는 일본 동화 <폭풍우 치는 밤에>는 작품의 엔딩이 해피 엔딩이 될지 새드 엔딩이 될지 극이 진행하는 동안에 갈피를 잡기 힘들게 하는 요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작품에 공효진의 대사로도 언급되었지만 너무나 슬프게 끝나는 원작 동화 때문에 슬퍼하는 꼬마 독자의 편지를 받은 작가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7권을 발간하였지만 국내에는 6권까지만 번역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렇듯 요즘 드라마에서 작품의 주요 소재로 동화책을 이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의 작품에 대한 몰입을 돕는 요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는 점 입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고 블로그 등에 후기 등을 올리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되느냐? 일텐데요. 이런 부분에서 극의 중심에 등장하는 책의 존재는 작품의 향방을 점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애청자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책을 미리 읽어보고 작품 여기저기 숨겨진 복선의 흔적들을 찾아내고, 이를 다른 이들과 온라인 상에서 공유하며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또한 드라마와 책이 긴밀하게 작용할 수록 서로의 홍보에도 더욱 유리해지게 됩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을 하게 되고, 출판사와 서점들은 이 특수를 누리기 위해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됩니다. 드라마를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이 이 과정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잠재적 시청자로 발전할 가능성도 생기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작품의 안정감을 잡아주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 환경은 시청률에 일희일비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극의 방향이 180도 바뀌기도 하고 작품의 인기가 너무 높아지면 소재가 고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연장을 감행하여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이미 완성된 저작이 있는 경우에는 큰 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작가도 더 안정감 있게 작품을 끌어갈 수 있게되고,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도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과연 <별그대>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작품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활용할까요? 부디 작품의 인기 때문에 휘청거리지 말고 처음 기획했던 그대로 완성도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본 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14.01.1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6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