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ote/시/수필

마음의 눈으로 찍은 아름다운 사진 여행 에세이

[서평] <손끝의 기적>(2014)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손끝의 기적 / 샘터 출판 / 출간일 2014-02-10.


샘터 2월호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사진작가 강영호 씨와 함께 사진 여행을 떠났던 시각장애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잡지의 짧은 두 페이지 기사에서도 많은 울림을 주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그것도 그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책의 표지는 9살 소정이가 차지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죠?



아이들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본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란다.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나리가 나지막이 말했다. "안 보인다고 모르는 건 아니예요." p.37


책을 접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사진촬영이라... 선뜻 연상되기 어려운 두 단어가 만났으니 말이죠.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접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일부분을 찍고 기록에 남기면서 비로소 자신도 세상의 일부임을,

세상과 관계 맺고 있음을 느낀다. p. 43


아이들은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을 총 동원해서 멋진 작품들을 찍어냈습니다. 15살 정완이는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형태나 색깔을 구별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체육 교사를 꿈꾸는 친구지만 정작 가장 좋아하는 야구에서 야구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친구죠. 


p.114 김정완


대관령의 양떼들을 만난 아이들의 사진은 촉감을 활용해서 찍은 여러 사진들이 담겨있습니다.


만질 수 없는 풍경들은 또 어떻게 찍었을까요? 주로 아이들은 청각을 이용해서 피사체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여섯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소리에 관심이 많아서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을 녹음해서 듣는게 취미인 14살 종서. 장래희망도 소리와 관련 있는 성우를 꿈꾸는 이 친구가 찍은 사진은 비장애인이 보기에 좀 어색합니다.


p. 54 김종서


자신에겐 보이지 않지만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찍은 사진. 비록 조금 어긋나 사진에 모두를 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종서가 보여주고 싶던 풍경을 사진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만져 본 느낌을 보여 주기 위해 용기를 냈다. 들리는 소리를 보여 주기 위해 귀 기울였다. 그 순간마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집중했다. 사진에 자신의 마음을 담으려 노력하기도 했다. 카메라와 교감하고 찍는 대상에 집중하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 세상이 열리고 타인이 느껴졌다. p.240


표지와 매 파트별로 점자로 제목을 표기해 두었고, 인사이트 캠페인 페이스북에 여행 중간 중간에 올려두었던 사진들에 대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남긴 글들도 책 속에 담아두는 등 책을 만든 목적에 맞추어 편집도 깔끔하게 잘 된 듯한 느낌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소리를 듣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던, 편견에 사로잡혀있던 분들이라면 겨울의 끝자락에 이런 사진이 가득한 여행 에세이 한 번 접해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처럼 우리 아이들이 보여주는 희망찬 사진으로 마음 깊숙한 곳부터 따뜻해져옴을 느끼실 수 있을 좋은 책입니다 ^^




본 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14.02.1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9153)



손끝의 기적 - 8점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샘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