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15. 누가 아스가르트에 성벽을 쌓았을까요?

지난 시간까지 4주에 걸쳐서 세계수 이그드라실과 그 뿌리가 닿아있는 세 개의 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에피소드 위주가 아니라 개념을 다루는 연재라서 어째 좀 지루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부터는 다시 에피소드 위주로 짤막짤막하게 북유럽 신화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아스가르트에 성벽을 지으면서 생긴 이야기 입니다.



지난 연재

10. 인간의 탄생과 북유럽신화의 아홉 세계(2)

11. 세계나무 이그드라실(1) : 지혜를 얻기 위한 오딘신의 고통

12. 세계나무 이그드라실(2) : 우르트의 샘

13. 세계나무 이그드라실(3) : 미미르의 샘

14. 세계나무 이그드라실(4) : 흐베르겔미르의 샘


신들이 처음으로 아스가르트에 자리를 잡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신들은 인간들이 사는 중간계와 거인들의 세계인 요툰하임 사이에도 경계를 만들었지만, 정작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트를 지켜줄 성벽을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힘 센 거인들이 중간계를 넘어 신들의 세계에 들이닥친다면 자신들을 지키고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성벽이 아무래도 필요했죠.


아스가르드출처 : https://marvel.com/universe/Asgard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 중 하나인 아스가르드의 모습.


그러던 중에 성벽을 쌓는 거인 건축가가 중간계와 아스가르트를 잇는 비프뢰스트 아래에 나타났습니다. 신들의 파수꾼 하임달이 성벽에 대해 상의하겠다는 거인을 아스가르트에 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고, 그는 곧 오딘 신과 다른 신들이 모여있는 신들의 성채로 안내받았습니다.


그는 1년 반 안에 아스가르트를 지킬 성벽을 지어주겠다면서, 태양, 그리고 프라야 여신을 요구했습니다.


신들은 그 무례한 요구에 크게 화를 냈지요. 태양과 달도 절대 넘겨줄 수 없지만, 아스가르트 최고로 아름다운 여신 프라야를 넘겨주다니요. 그런데 꾀돌이 로키 신이 잔꾀를 부립니다.


도저히 성벽을 기한에 맞춰서 쌓을 수 없도록 불가능한 시간을 제안하고, 약속을 어겼다며 조건을 들어주지 말자는 거였죠. 거인이 기한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쌓아두면 지어놓은 성벽은 그냥 얻을 수 있고, 태양, 달, 그리고 프라야도 지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방안입니까?


로키의 그럴싸해 보이는 제안에 신들은 만족하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말고 꽁꽁 얼어붙은 겨울 한 철을 포함한 반 년의 시간만을 건축가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거인은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만 대신 자신이 데려온 말 스바딜파리(Swadilfari)의 도움을 받는 것은 괜찮겠냐고 다시 질문했지요. 신들은 그 정도야 괜찮겠지 싶어 허락했지만 이는 곧 실수로 밝혀집니다.





거인이 워낙 힘이 장사인데다가, 스바딜파리 역시 믿기 힘들 정도로 힘이 셌기 때문이죠. 낮에는 성벽을 쌓아 성채를 만들고, 밤에는 돌들을 날라오고.... 잠도 자지 않고 일만 하는 그들의 모습에 아제 신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공사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신들은 불안함에 약속 기일을 사흘 남겨두고 비상 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성채는 이제 오직 성문만을 남겨두고 거의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신들은 일이 이렇게 된 책임을 로키 신에게 떠넘기기로 결의했습니다. 어찌되었든 거인의 조건을 들어줄 수는 없으며, 이를 막지 못하면 로키 신이 죽음으로써 사태의 책임을 지라는 거였죠.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로키 신은 특기인 변신술을 이용했습니다. 그는 암말의 모습으로 변해 스바딜파리를 유혹한 뒤에 숲으로 도망갔습니다. 그 뒤를 쫓아 수말은 달려가고, 거인은 또 그의 말을 잡기 위해 뛰어가는 모양새였죠.



암말과 수말은 밤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고, 그 바람에 결국 돌을 나르지 못해 성채의 성문을 올리기 위한 자재가 모자라 건축가는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기한 안에 성채는 완성되지 못하였고 화가 잔뜩난 거인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알고보니 그 거인은 위협적인 산악거인이었으며 자신이 지었던 성벽을 때려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아제 신들은 거인 잡는 신 천둥신 토르를 불렀습니다. 토르는 산악거인을 보자마자 쇠망치 묠니르를 집어 던져 거인의 두개골을 부숴 죽여버렸습니다. 결국 신들은 거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거의 완성된 성벽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 계획을 세우고 큰 공로를 세운 로키 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로키 신은 한참이 지난 가을 즈음에야 다시 아스가르트에 나타났는데 그 뒤에 다리가 여덟 달린 망아지 한 마리도 따라왔습니다. 암말로 변했던 로키가 스바딜파리의 새끼를 배었던 것이지요. 이 망아지는 슬라이프니르(Sleipnir) 라는 이름을 얻었고 로키 신은 이를 오딘 신에게 바쳤습니다. 이 망아지는 무럭무럭 자라서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하늘과 바다 위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명마로 성장했습니다. 





이전에 오딘 신은 로키 신의 꾀로 절대 표적을 놓치지 않는 창 궁니르도 얻었고, 계속 늘어나는 신비의 황금 반지(혹은 팔찌) 드라우프니르도 얻은 적이 있었지요. 슬라이프니르 까지 합쳐서 오딘 신을 상징하는 세 가지 보물들은 결국 로키 신의 공으로 얻은 셈입니다.


관련 연재

02.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1)



슬라이프니르 라는 이름은 일본의 Fenrir에서 만드는 웹브라우져 Sleipnir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진출처 : Fenrir사 홈페이지 http://www.fenrir-inc.com/us/sleipnir-family/


윈도우즈, 맥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iOS 처럼 모바일 디바이스에도 전부 출시되어 있으며 각각의 운영체제에서 살펴본 사이트나 즐겨찾기 등이 전부 동기화되는 특징이 있는 브라우져지만 우리나라에는 좀 생소하지요? 재밌는건 회사 이름인 펜니르(Fenrir)도 슬레이프니르처럼 로키의 자식 이랍니다. 이전에 티르의 팔을 물어 뜯는 이야기를 잠깐 스치면서 지나가긴 했었는데, 나중에 로키의 자식들을 다루면서 더 자세히 다뤄볼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관련 연재

01. 영어 요일 이름 속 북유럽 신화

다음 주 부터는 프라이, 프라야 남매 신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모바일에서는 네이버 포스트로 더 편하게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http://m.post.naver.com/mimisbrunnr



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Sva%C3%B0ilfari

http://en.wikipedia.org/wiki/Sleipnir



본 포스트에 사용된 삽화 중 별도 표기한 삽화를 제외한 모든 삽화의 출처는 위키백과이며, 모든 저작권은 위키백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