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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13. 세계나무 이그드라실(3) : 미미르의 샘

지난 주에는 운명의 여신들이 지키는 운명의 샘, 우르트의 샘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지혜로운 거인 미미르가 지키고 있는 지혜의 샘, 미미르의 샘 이야기입니다. 이전 연재에서 짤막 짤막하게 소개했던 이야기를 총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세요 ^^


지난 연재

08.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2) : 신들의 다툼과 그 결말

09. 인간의 탄생과 북유럽신화의 아홉 세계(1)

10. 인간의 탄생과 북유럽신화의 아홉 세계(2)

11. 세계나무 이그드라실(1) : 지혜를 얻기 위한 오딘신의 고통

12. 세계나무 이그드라실(2) : 우르트의 샘



이그드라실의 뿌리는 세 곳의 샘에 닿아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아스가르트에 위치한 우르트의 샘, 오늘 살펴볼 거인들의 세상인 요툰하임에 위치한 미미르의 샘, 그리고 다음주에 다룰 차디찬 니플하임에 위치한 흐베르겔미르의 샘이죠.

 

미미르의 샘은 지혜와 분별을 담고 있는 샘물입니다. 이 샘의 물을 마시는 자들은 지혜와 분별을 얻게 된다고 했죠. 이 샘을 지키는 거인 미미르(Mimir)는 아무에게도 샘물을 내어주지 않고 혼자서만 샘물을 마시면서 점점 더 지혜로워져갔습니다. 이때는 아직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시점이죠.

 

mimirLange, Adolf (1903). Deutsche Götter- und Heldensagen.


오딘 신은 까마귀 두 마리와 늑대 두 마리를 꼭 데리고 다녔습니다. 까마귀들은 오딘의 지식과 사고력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까마귀 들의 이름은 각각 후긴(Hugginn, 생각이라는 뜻)과 무닌(Munninn, 기억이라는 뜻)이었는데, 오딘 신의 양쪽 어깨에 앉아있다가 세상 곳곳으로 날아가, 여러 일들을 보고 듣고 다시 오딘 신에게 돌아와 그의 귀에 대고 보고를 하곤 하였습니다.


Odinthe wolves Geri and Freki and the ravens Huginn and Muninn as illustrated (1882) by Carl Emil Doepler.


늑대 두 마리는 오딘 신의 탐욕과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각각 프레키(Freki, 탐식하는 놈이라는 뜻)과 게리(Geri, 욕심 많은 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 이 늑대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딘 신은 지혜에 대한 욕심도 많았고 절대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까마귀와 늑대들이 가지는 상징성은 다양한 대중문화에서도 차용된 바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Marvel Comics에서 오딘 신의 수하로 나오는 녀석들이겠죠? 만화 작품에서도 신화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토르(Thor) 시리즈에서는 주요하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간간히 오딘 주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나타나긴 합니다 ^^;;






젊은 시절의 오딘 신은 지혜를 얻기 위해 미미르의 샘을 찾아갑니다. 역시 아직 이그드라실에 매달려 죽음과 삶 사이에서 고통을 얻으며 절대 지혜를 얻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오딘 신은 미미르에게 샘물을 나눠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인 미미르는 거절했지요. 아무리 오딘 신이 최고신이지만 세상의 질서가 있으니 샘의 주인이 거절하는 일을 강제로 할 수는 없었죠.

 

그래서 오딘 신은 어떤 대가를 내놓으면 샘물을 마실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미미르는 지혜의 샘물에 버금가는 보물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오딘 신의 한쪽 눈을 요구합니다.

 

평생 애꾸로 살아가야 하지만 세상을 다스려야하는 오딘 신에게는 지혜가 너무나도 필요했습니다. 결국 오딘 신은 한쪽 눈을 포기하고 지혜의 샘물을 마시기로 합니다. 오딘 신의 한쪽 눈은 뽑혀서 샘의 바닥에 내려놓아지고, 오딘 신은 샘물을 원하는 만큼 들이킬 수 있었습니다.

 

후에 미미르는 아제 신과 바네 신들 사이의 싸움에 휘말려서 목이 잘리고 머리만 남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8화에서 살펴 본 바 있습니다.

 

관련 연재

08.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2) : 신들의 다툼과 그 결말

 

아스가르트로 날아온 미미르의 머리를 발견한 오딘 신은 상처에 약초와 고약을 발라주고 마법의 주문을 외웠습니다. 최고신이 한참 동안 죽은 머리를 정성껏 보살피자 미미르의 머리는 갑자기 눈을 뜨고 입이 열리더니 살아났습니다.



 


오딘 신은 미미르의 머리를 다시 그가 지키던 미미르의 샘가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때면 미미르의 샘을 찾아 샘물을 마시고 미미르와 상의해 문제들을 해결하곤 했답니다. 미미르의 샘 바닥에 있는 오딘 신의 한쪽 눈은 오딘 신이 보지 못하는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하네요. 또 오딘 신이 여행을 할 때 필요하면 미미르의 머리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는데 요즘 세상으로 따지면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휴대하는 느낌이죠?


최고의 신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중한 한쪽 눈을 포기해야 하는 세상. 가장 지혜로운 거인이지만 몸뚱아리는 잃고 머리만 남게되는 이야기 등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는 다른 나라의 신화들과는 다른 아이러니 속에 합리성이 섞여 있는 독특한 신화가 특징입니다.

 

다음 주에는 마지막 샘인 질투의 샘 흐베르겔미르의 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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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Freki

http://en.wikipedia.org/wiki/Mimir

http://en.wikipedia.org/wiki/Hugin_and_Munin_(Marvel_Comics)

http://marvel.wikia.com/Geri_(Earth-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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