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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영어권소설

[앨리스 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물 위의 다리
어머니의 가구
위안
쐐기풀
포스트앤드빔
기억
퀴니
곰이 산을 넘어오다


8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 된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입니다.


2001년에 발표된 먼로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현대의 체호프라고 불리우는 먼로의 명성에 걸맞게 현대 단편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책이죠.


'무심한듯 시크하게'라는 표현이 한때 인터넷에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먼로의 인물 묘사는 딱 이 표현이 걸맞습니다. 인물의 내면을 세세하게 독자에게 알려주는게 아니라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서 힌트를 하나하나 던져주는 불친절한 작가의 모습.

하지만 그녀가 묘사하는 표현 하나하나가 우리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삶이지만 그녀의 펜 끝으로 만나는 표현은 너무나 공감이 가서 소름이 끼칠지경..


이 단편집의 단편들이 대부분 주제로 삼고 있는게 

중년 여성이 느끼는 배우자 이외의 남성과 특별한 감정을 다룬 다는 점은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는 수식을 듣고 나서 책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왜 이런 남사스러운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런 큰 상을 받았을까?'하는 의심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먼로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특별한 상황을 너무나 담담하게, 그리고 아름다운 묘사로 서술해서 화자가 느끼는 감정 변화와 사건의 진행에 독자가 푹 빠지게 만드는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의 캐릭터 생성 능력에 많은 감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만드는 캐릭터(특히 젊은 여성!)의 매력들은 독자들이 쉽게 그의 소설에 빠져들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그/그녀에게 벌어질지 궁금하게 만들어 두꺼운 소설책도 금방 탐독하게 만들곤 하는 마약과 같은 존재입니다.


먼로는 그와 같은 마법을 짧디 짧은 단편에서도 발휘해서 단편 곳곳에 숨겨놓았습니다. 작품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향연에 푹 빠져도 좋은 책입니다.


단편집의 마지막에 수록된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2007년 영화 <Away form her>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된 바 있는 작품입니다. 독특한 소재를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 처럼 서술하는 먼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고,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이 두꺼운 책을 구입하는데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먼로가 <디어 라이프>라는 책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는데... 굉장히 아쉽습니다. 먼로를 처음 접한건 이 책이지만 디어 라이프를 읽기 전까지 다른 저작들을 잽싸게 읽어보고 꼭 읽기로 다짐합니다.

(국내에 앨리스 먼로의 저작들이 많이 번역되지 않은 점도 아쉽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여러 출판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빨리 번역을 해주길 바라봅니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10점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뿔(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