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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사회과학

내가 좋아하는 그 브랜드, 얼마나 착한 브랜드일까?

[서평] 프랑크 비베의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2014)


[프랑크 비베]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박종대 역 / 열린책들 출판 / 출간일 2014-01-20 / 원제 Wie Fair Sind Apple & Co.?: 50 Weltkonzerne Im Ethik-Test (2013년).



대학에 다닐 때 일반선택 과목으로 수강했던 경영학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한 <나쁜 기업>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회사들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잔인한 경영행태를 고발하는 성격의 책이었죠. 전통시장보다는 마트를 선호하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제품을 먼저 찾아보는 평범한(?) 소비자였던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책이었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그때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다시 좋아보이는 제품들을 사용하며 살아가던 저에게 다시금 충격을 주는 비슷한 성격의 책이 나와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라는 책입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책의 앞 부분은 1부 공정성이란 무언인가? 라는 부분으로, 뒷부분에 나올 기업들의 윤리성을 따져볼 수 있는 다양한 이론들과 그들의 윤리경영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들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50개 기업의 윤리 프로필을 수치화하고, 어떤 문제들이 내제되어 있는지 짤막짤막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건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아무렇게나 소비를 하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은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런 논리를 탄탄하게 해줄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준다는 점이죠.

중국의 하천이 오염되고, 방글라데시 주민들이 쥐꼬리만 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몰디브가 바다에 가라앉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당연히 관련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제3세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재앙은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암울한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

흔히들 탄식하는 것처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잘사는 나라의 소비자인 우리는 누구보다 힘이 세다. 우리의 돈이 누구에게로 갈지 결정하는 사람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한 사람이 구매 태도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많은 소비자가 힘을 합치면 세상의 가장 거대한 경제 권력이 될 수 있다. - 1장. 소비자의 힘 中 pp.009-010. 


즉, 우리의 구매 태도의 변화 하나는 큰 힘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게 하나 둘 늘어나서 사회적인 트렌드가 바뀐다면 지금처럼 나쁜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소비자 운동이 일방적인 구매거부로 이루어질 경우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정보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콜탄은... 공식적으로 콩고에서 납품 받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콩고의 콜탄 채굴 산업이 전반적으로 와해되면서 많은 사람이 그나마 남은 빈약한 생계 터전마저 잃어버렸다. 이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납품을 단순히 중단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직접적으로 생산 환경과 체계를 개선하는 편이 더 낫다. - 2장.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中 p.044.

특정 대기업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매운동을 할 경우에 정작 기업의 경영진에게는 큰 피해가 가지 않고 기업에 소속된 직원들이나 하청 업체에 피해가 가는 경우도 있으니 단순한 불매운동 보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뒤에 실린 50개의 기업들의 프로필 정리도 꽤 흥미롭습니다.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만 들어가 있지만, 워낙 유명한 기업들이 많이 실려있어서 대부분의 기업들을 다들 이름이라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순히 기업이 이게 좋고 나쁘고를 나열한게 아니라 '윤리'라는 큰 틀의 기준을 잡고 평가를 하다보니 균형이 잡힌 느낌도 있구요.

책을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책이 50개 기업들의 윤리문제를 제기하는 성격의 책이라는 점에서. 책의 제목은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책 전체에서 애플을 다룬 부분은 5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점. 그런 것을 따지고 보면 애플이 요즘 가장 HOT한 기업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자는 '애플에게 공정했었나?' 하는 의문이 드네요. ^^;;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8점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