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ote/사회과학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지성언론의 대명사, 르몽드

[최연구] 르 몽드 (살림지식총서 048) / 살림 출판 / 출간일 2003-12-30.


특정 주제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을 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사실적인 정보를 요약해서 듣고 싶으면 저는 언제나 살림지식총서를 구입해서 보곤 합니다. 믿을 만할 필진이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가장 쉬운 어조로 해당 주제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설명해 주는 3~4천원 내외의 저렴한 지식의 보고니까요.


저는 몇달전부터 르 몽드의 자매지인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를 매달 구입해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다루지 않는(혹은 못하는) 다양한 주제의 분석기사들... 특히 이건 신문이라 하기도 뭐한 2페이지를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기사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기도 하지만 막상 이걸 다 읽고 나면 신문을 읽었을 뿐인데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드는게 참 좋습니다. 40여 페이지의 두툼한 신문형태의 월간지 중에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기사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읽고 나면 저도 왠지 지성인이 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


르 몽드라는 신문 자체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 덥썩 집어든 살림 지식총서... 



얼마전 jtbc의 뉴스 개편으로 뉴스9을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 씨가 맡게 되면서 큰 이슈였는데, 첫 방송에서 손석희 사장인 언급한 한 마디로 르몽드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사진출처 : jtbc 뉴스9 2013년 9월 16일 방송화면 캡쳐)

이는 르 몽드의 신문관인데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p.38.


우리 언론은 언론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인정받는 언론인 르 몽드의 가치관은 다소 다른 듯 합니다. 르몽드는 중립을 지키기 보다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 예를 들어 인종차별이나 극우세력들과는 선을 긋고 투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또한 사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많은 언론 매체가 통계자료의 헛점을 노리거나, Fact를 이용한 교묘한 보도 방식을 통해서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습니다. 가령 "전체 교사 중 여교사의 비율은 70%인데, 교장 중 여교장의 비율은 7%이다." 라는 언론 보도는 우리 사회의 남녀 차별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여길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이 통계 자료는 사실이지만, 현재 교장을 맡고 있는 세대들에서의 남녀 비율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여교장의 비율이 7%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공서열이 명확한 우리네 문화에서 젊은 여교사가 교장을 맡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큰 차별 없이 여성 교장이 배출되고 있다는 진실을 통계자료만을 가지고 왜곡하는 보도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르몽드는 신문판매로 인한 이익과,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비율이 7:3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요 일간지는 대부분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의 70%를 웃돌고 있습니다. 르 몽드의 유료구독자 수는 39만여명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3대 일간지인 조중동은 모두 200만이 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한 언론사의 자부심이 광고 수익의 제한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우리의 언론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팟캐스트를 발판으로 1인 미디어 시대가 점점 활성화 되고 있고, SNS를 활용한 전파는 이미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진실로 믿을 수 있는 기사를 뚝심있게 써주는 언론 매체가 탄생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 입니다.


르 몽드 - 8점
최연구 지음/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