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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27. 히미르의 세 가지 시험(1)

지난 시간에는 허풍쟁이 거인 흐룽니르와 '외딴 섬 결투'를 벌이게 되는 토르 신의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토르 신 자체가 거인들로부터 인간들과 아제 신족을 지키는 존재이기 때문에 거인들과 얽히는 이야기가 많이 전승되고 있는데요, 오늘 살펴볼 이야기도 역시 거인과 관련된 이야기 입니다.



지난 연재

22. 천둥의 신 토르

23. 토르의 시종 : 트얄피와 뢰스크바

24. 어마무시한 거인 스크리미르와의 만남

25. 우트가르트-로키 성에서의 대결

26. 허풍쟁이 거인 흐룽니르와 토르의 결투





하루는 신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도무지 음식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술이 필요했던 것이죠. 그래서 신들은 짐승 한 마리를 잡아 제물 삼아 루네 문자가 새겨진 나뭇가지를 그 짐승의 피가 담긴 그릇에 담구어 점을 쳤습니다.


점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에기르(Ægir)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그 술을 담글만한 커다란 솥이 없다는 것이였지요.





위의 그림이 에기르의 가족들이 맥주를 빚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바다거인인 에기르는 아내로 바다의 여신 을 두고, 바람과 불을 형제로 두었으며, 아홉 파도를 딸로 두었습니다. 아홉 파도의 이름들은 스노리 에다에 기록되어 있는데, 브로더가 이 이름들에 대한 영어 번역을 달아두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실려있는 아홉 파도의 이름들과 그 뜻을 인용합니다. 바다에 인접해 살던 북유럽 사람들이 파도를 부르는 다양한 명사들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바라(Bára) 또는 드로픈(Dröfn): "파도"


블로두가다(Blóðughadda): "핏빛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자" - 해상 전투가 일어나고 난 뒤의 파도 빛깔


뷜갸(Bylgja): "큰 파도"


두파(Dúfa): "요동치는 파도"


헤프링(Hefring): "무너지는 파도"


히밍래바(Himinglæva): "하늘의 빛을 반사하는 파도"


흐론(Hrönn): "움켜쥐는 파도"


콜가(Kólga): "으스스한 파도"


운느르(Unnr) 또는 우드르(Uðr): "파도"



오딘 신은 이 아홉 파도와의 사이에서 아스가르트의 파수꾼 하임달은 얻기도 했었지요. 신들은 프라이 신의 접을 수 있는 배 스키트블라트니르를 타고 에기르의 섬으로 갔습니다.


에기르는 아제 신들의 방문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무시무시한 토르 신도 동행한 마당에 일단 그들을 맞아들였습니다. 토르 신은 에기르의 섬에서 아제 신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이 상황을 모면하고픈 에기르는 아제 신이 다 마실 정도의 맥주를 빚으려면 엄청나게 큰 솥이 필요하니 그 솥을 가져와야 잔치를 열어주겠다고 대꾸하였습니다.


솥을 구할 수 없으면, 잔치도 없다. 역시 신들의 점은 정확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까지 점이 알려주진 못한 상황이었죠. 당황한 신들은 다시 아스가르트로 돌아와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때 티르 신이 의견을 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인 거인 히미르(Hymir)에게는 깊이가 1마일이나 되는 거대한 솥이 있다는 것이지요. 

티르 신의 계획에 다른 신들은 과연 그 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지만 계략을 써서 얻어오기로 하고 티르 신과 토르 신이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염소 두 마리가 끄는 토르 신의 마차를 타고 히미르의 집을 향해 떠났죠.


얼음바다를 다스리는 거인 히미르는 운문 에다에서는 티르 신의 아버지로 알려지는 전승이 기록되어 있지만, 스노리의 산문 에다에는 히미르의 아내와 오딘 신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앞쪽 전승에서는 티르 신이 아제 신들과 어울려서, 뒤쪽 전승에는 자신의 아내가 아제 신과 바람나서 태어난 자식이니 양쪽 설 모두 히미르와 티르 신의 사이는 좋지 않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요.



때문에 티르 신과 토르 신이 히미르의 집에 당도하자 어머니는 오랜만에 나타난 아들을 반겼지만, 히미르가 돌아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벽에 걸려있는 수많은솥 아래에 몸을 숨기라고 했지요. 이전에도 히미르가 이따금 손님들을 해치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저녁 무렵 히미르가 수염에 고드름을 매달고 얼음바다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히미르의 아내가 티르 신이 친구와 집에 왔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 기둥을 째려봤는데 그 눈길이 어찌나 사나웠는지 기둥이 무너지고 그 위에 있던 들보가 부러졌으며 벽에 매달려있던 여덟 개의 솥단지가 모두 아래로 떨이지고 말았는데 그 중 가장 튼튼한 하나를 빼고 모두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죠? 다행히 그 솥에 있던 토르 신과 티르 신은 무사했습니다.


토르 신은 당장이라도 히미르를 물리치고 솥을 빼앗아 돌아가고 싶었지만 티르 신이 일단 솥을 얻을 때까지는 잠자코 있으라 대기했습니다. 반면에 히미르는 최근 그의 친구 흐룽니르가 토르 신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히미르는 못마땅하긴 했지만 일단 황소 세 마리를 잡아 손님들에게 대접했습니다. 대식가 토르 신이 그 중에 두 마리를 먹어치웠고 히미르는 대식가 손님을 감당하기 어렵다 생각해 물고기를 더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펜니르 때문에 팔을 잃은 티르 신을 남겨두고 토르 신과 히미르가 물고기를 잡으러 떠났습니다. 여기부터 히미르 신의 세 가지 시험이 시작됩니다.







다음 주에도 토르 신의 모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다음 주에는 이번 주의 이야기에 이어서 히미르의 세가지 시험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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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Hymir

http://en.wikipedia.org/wiki/Aegir

http://en.wikipedia.org/wiki/T%C3%BDr

http://en.wikipedia.org/wiki/Daughters_of_%C3%86gir

http://ko.wikipedia.org/wiki/%EC%97%90%EA%B8%B0%EB%A5%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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