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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04. 북유럽신화 세계의 창조

몇년전 그리스로마 신화 시리즈가 만화로 큰 유행을 끈 적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많은 티탄들이 태어나고~" 로 시작하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상의 시작은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 듯 한데요. 


오늘부터는 북유럽 신화 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신화에서 등장하는 신들과 거인들의 갈등의 시작을 다뤄보고,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름들이 가장 강하게 흔적을 남긴 WOW(World of Warcraft)와 엮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연재

01. 영어 요일 이름 속 북유럽 신화

02.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1)

03.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2)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무것도 없는 Chaos 상태에서 시작하듯, 북유럽 신화의 세계도 아무 것도 없는 터~엉 빈 공간에서 시작합니다. 오직 북쪽의 추위와 남쪽의 더위 사이에 있는 이 빈 공간을 북유럽인들은 기눙가가프(Ginnungagap)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거대한 아가리'라는 뜻이라네요.


북쪽의 추운 공간은 니플하임(Niflheim), 남쪽의 더운 공간은 무스펠하임(Muspelheim)이라고 이름지어졌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니플하임의 차가운 서리와, 무스펠하임의 뜨거운 불꽃이 기눙가가프 가운데에서 만나 서리가 녹아 물방울이되고, 물방울은 뜨거운 열기의 힘으로 생명을 얻어, 거대한 거인이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태초거인 이미르(Ymir)입니다. 그리고 서리 녹은 물에서 거대한 암소 한마리가 저절로 태어났는데, 이 암소가 바로 태초암소 아우둠라(Audhumla)입니다. 이 거대한 두 생명체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모두 구성할 만큼의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미르가 아우둠라의 젖을 빠는 사이, 암소가 핥은 돌에서 부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Nicolai Abildgaard (1790)의 그림)


태초암소 아우둠라는 소금기 섞인 돌을 핥아먹고 살아갔고, 아우둠라의 젖에서는 네줄기의 젖이 강물처럼 흘러나왔고, 태초거인 이미르는 이를 먹고 자랐습니다. 거대한 텅 빈 공간에서 단 둘뿔인 이미르와 아우둠라는 배고플 땐 먹을 것을 먹고, 졸릴 땐 자며 살아갑니다.


아우둠라가 소금돌을 핥자, 첫째 날 돌에서 머리카락이 튀어나왔고, 둘째 날 머리통이 생겨났으며, 셋째 날 완전한 한 명의 남성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 남자가 부리(Buri)이며 그가 바로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조상이 됩니다. 부리는 남자이면서 여자이었기 때문에 아내 없이 혼자서 뵈르(Bör)를 낳았습니다. 


태초거인 이미르는 젖소의 젖을 먹고 잠을 자면서 땀을 흘렸는데, 왼편 겨드랑이에서 흐른 땀으로 부터 남자와 여자가 나와 모든 거인들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이미르는 그 뒤로 계속 잠을 자는 동안 땀을 흘리고 그 땀에서 거인들이 계속 태어났습니다.


뵈르는 거인 여인 베스틀라(Bestla)와 짝을 맺어 오딘(Odin), (We),  빌리(Willi)라는 세 아들을 얻었는데, 이 중에서 오딘은 그간의 연재를 통해서 접해보셨죠 ^^?


이미르를 죽이는 오딘과 그의 형제들(Lorenz Frølich (1820-1908)의 그림)


뵈르의 자손들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르의 땀에서 태어나는 거인들은 점점 숫자가 불어나고 있었습니다. 오딘과 형제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태초거인 이미르를 죽이게 됩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와 같은 규모의 물질을 담고 있던 이미르가 죽자 어마어마한 피가 흘러나왔고 그 피가 지금 우리가 보는 바다가 되었습니다. 태초암소는 이 바닷물에 휩쓸려가버렸고, 거인들도 모조리 빠져죽었으나, 거인 베르겔미르(Bergelmir)와 그의 아내만이 겨우 배에 올라타 이들이 새로운 거인족들의 조상이 됩니다.



도망치는 베르겔미르와 그의 아내(Lorenz Frølich (1820-1908)의 그림)

(사진출처 : http://www.germanicmythology.com/works/FROLICHART2.html)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이미르의 몸을 나누어 피가 빠져 단단하게 굳은 몸은 바다 한 가운데 고정하여 '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바다가 땅을 둘러싸게 되었습니다. 이미르의 큰 뼈는 산과 낭떠러지가 되었고, 작은 뼈와 이빨들은 돌덩이가 되고, 머리카락과 털은 나무와 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미르의 두개골을 땅 위에 덮어 씌워 '하늘'을 만들었습니다.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이미르의 뇌수를 하늘에 흩뿌렸는데 이게 지금 우리가 보는 '구름'이 되었습니다.



죽은 이미르의 살 속에 꿈틀대던 구더기들을 이용해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난쟁이'들을 만들고, 그 중에서 넷을 붙잡아 세계의 네 가장자리에 세워 동서남북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무스펠하임에서 불꽃들을 가져다 이미르의 두개골 여기저기에 박아 '별'을 만들었습니다.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이제 세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세상 여기저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거인들이 사는 세상은 후에 요툰하임(Jǫtunheim)이라 불리웠는데, 그곳에는 노트(Nott, 밤)라는 검고 어두운 여자 거인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겐 밝고 아름다운 다그(Dag, 낮)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오딘은 노트와 다그를 찾아가 말과 마차 하나씩을 선물하면서 하루에 열두 시간 씩 번갈아 하늘을 달려달라고 명령합니다. 노트는 흐림팍시(Hrimfaxi, 서리갈기)라는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아침이 되면 땅으로 돌아오는데, 이 때 말이 흘린 거품이 땅에 떨어지는데 이게 바로 아침 이슬입니다. 노트가 땅에 닿으면 다그가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는 스킨팍시(Skinfaxi, 빛의 갈기)라는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을 달리며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노트와 다그, 그리고 그들이 타고 다니는 흐림팍시와 스킨팍시(Peter Nicolai Arbo (1831–1892)의 그림)


이제 세상에 밤과 낮이 생기고, 그들이 12시간씩 하늘을 달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간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신화를 세계관에 많이 차용한 블리자드의 유명 게임 WoW에서는 오늘 살펴본 여러 지명과 인명이 그대로 또는 변형되어서 자리잡았습니다 ^^


먼저 노스랜드의 폭풍우 봉우리에는 <호디르의 후예> 평판과 관련된 던 니펠렘(Dun Niffelem)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세상 창조전의 추운 공간 니플하임(Niflheim)을 차용했네요. 그리고 그곳에 등장하는 호디르의 후예들이 바로 서리거인을 차용했다고 할 수 있겠죠.

(호디르는 후에 라그나뢰크의 원인이 되는 주요인물 중 하나인 호드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후에 다시 다뤄볼께요 ^^;;)



그리고 이미르는 WoW에서는 브리쿨들의 왕 이미론(King Ymiron)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와우 하시던 분들은 새록 새록 기억나시려나요?)




요툰하임은 영화 <토르: 천둥의 신>에서 서리거인들의 세계로 묘사가 되었었죠.


WoW는 상당부분 북유럽 신화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아서 앞으로도 종종 등장할듯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북유럽 신화 중에서 우리 옛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을 알아볼께요 ^^ 다음시간에 계속 됩니다~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B%C3%BAri

http://en.wikipedia.org/wiki/Ymir

http://en.wikipedia.org/wiki/Hrimfaxi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B%AF%B8%EB%A5%B4


http://www.germanicmythology.com/works/FROLICHART2.html


http://mirror.enha.kr/wiki/%ED%8F%AD%ED%92%8D%EC%9A%B0%20%EB%B4%89%EC%9A%B0%EB%A6%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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