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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05. 북유럽 신화와 우리 옛 이야기의 유사성(1) : 해와 달 이야기

어린 시절 밖에서 뛰놀다가 지쳐서 집에 들어와 뒹굴뒹굴 거리고 있으면 할머니가 심심한 손주를 위해서 이런 저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맥락없이 슝슝 날아가는 전개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 큰 지금 생각해도 뒷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특히 우리와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살았을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과의 닮은 구석이 있어서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 북유럽 세계의 창조의 뒷이야기를 살펴보고, 우리 옛 이야기와 닮은 구석이 있는 북유럽신화의 이야기들을 살펴볼께요 ^^


지난 연재

01. 영어 요일 이름 속 북유럽 신화

02.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1)

03.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2)

04. 북유럽신화 세계의 창조


지난 4화 연재에서 우리는 검은 거인 노트와, 그녀의 빛나는 아들 다그로부터 밤과 낮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자체가 달과 해는 아니었죠.


문딜파리(Mundilfari)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딸과 아들이 매우 아름다워서 아버지는 오누이를 자랑스레 여겨 딸을 해(Sol), 아들을 달(Mani)라고 부르고 다녔습니다. 신들은 이 건방진 인간이 매우 못마땅해서 이들 오누이를 데려다가 딸에겐 해마차를 주고, 남동생에겐 달마차를 주어 하늘길을 달리도록 하였습니다. 


해마차를 끄는 두마리 수말들은 뜨거운 태양빛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풀무를 달고 있으며 이 풀무에서 나온 시원한 바람이 말들을 시원스레 식혀줍니다. 그리고 달은 하늘로 갈때 샘물에 담긴 물동이를 어깨에 멘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데, 이 두 아이가 금성과 목성이라군요.



덴마크에서 발견된 북유럽 청동기 시대 유물


한편 미트가르트(Midgard) 너머 동편 숲에 거인 여자가 살았는데 이 여자가 낳은 수많은 자식들은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특히 큰 두마리의 늑대가 해와 달을 쫓아다녔는데, 해를 쫓는 늑대의 이름은 스쾰(Sköll)이고, 달을 쫓는 늑대의 이름은 하티(Hati)인데, 이들이 쫓아오기 때문에 해와 달 오누이는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언제나 서둘러서 마차를 몰게 되었답니다. 때문에 우리의 세월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게 되습니다.



"The Wolves Pursuing Sol and Mani" (1909) by J. C. Dollman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예언이 있었는데 이 두마리의 늑대가 해와 달을 삼키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것이죠. 이 예언은 바로 신들의 황혼 라그나뢰크를 뜻하고 있습니다. 라그나뢰크는 연재의 말미 쯤에 살펴보도록 해요 ^^


우리 옛 이야기에 이와 정말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 있죠? 바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혹은 해님달님 이야기로 알려져 있는 이야기 인데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실린 이야기를 인용하겠습니다.



(책표지인용 : 이야기 읽어 주는 그림책 : 해님 달님 (사운드북) / 애플비 출판(2012))


옛날에 한 어머니가 삼 남매를 집에 두고 품팔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어머니의 떡과 팔·발·몸을 차례로 먹어 버리고는 어머니로 가장하여 삼 남매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아이들은 호랑이의 목소리와 손바닥이 어머니와 다르다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으나, 호랑이는 갖은 꾀를 써서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가 막내를 잡아먹었다. 이를 본 두 남매는 겨우 도망하여 우물가 큰 나무 위로 피신하였다.

이들을 쫓아온 호랑이는 처음에는 오라비 말대로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에 오르려다 실패하고, 그 다음에는 누이가 일러 준 대로 도끼로 나무를 찍으며 올라갔다. 남매는 하늘에 동아줄을 내려 달라고 기원하여 드디어 하늘로 올라갔는데, 호랑이에게는 썩은 줄이 내려와 그것을 잡고 오르던 호랑이는 떨어져 죽고, 호랑이의 피가 수숫대에 묻어 붉게 되었다.

하늘에 오른 남매는 해와 달이 되었는데, 누이가 밤이 무섭다 하여 오라비와 바꾸어 해가 되었다. 해가 된 누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 빛을 발하여 자기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해와달이된오누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27103&cid=1614&categoryId=1614



우리의 음양사상에 따라서 여자가 음, 남자가 양을 상징하기에 누이가 달이 되고, 오라비가 해가 되었다가 밤을 무서워하는 여동생을 위해 서로 바꾸는 이야기.(할머니들에게 이 부분을 못들은 분들은 오라비가 해, 누이가 달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 듯 합니다. 제가 주로 북유럽 신화를 인용하는 책의 저자이신 안인희 선생님도 이 이야기와의 비교에서는 바꾼 부분이 빠진 이야기를 들으셨나봅니다 ^^ 할머니들마다 버전이 다를 뿐이니까요) 덕분에 북유럽 쪽이나 우리 쪽이나 여자아이가 해, 남자아이가 달을 상징하게 되었네요. 


오늘은 우리 옛 이야기와 비슷한 해와 달 이야기를 살펴봤는데요, 북유럽 신화 중에서 또 우리의 옛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답니다 ^^ 다음 시간에 하나 더 알아보고 넘어가요~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Sk%C3%B6ll

http://en.wikipedia.org/wiki/S%C3%B3l_(Sun)

http://en.wikipedia.org/wiki/Mundilfari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27103&cid=1614&categoryId=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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