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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06. 북유럽 신화와 우리 옛 이야기의 유사성(2) : 맷돌 이야기

지난 시간에는 우리의 해님달님과 매우 유사한 북유럽 세계에서의 해와 달이 만들어지는 신화를 살펴봤었죠?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나라의 설화가 우리와 매우 비슷한 점이 정말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오늘은 북유럽 신화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옛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서 골라 봤답니다. 그럼 같이 살펴볼까요 ^0^


지난 연재

01. 영어 요일 이름 속 북유럽 신화

02.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1)

03.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2)

04. 북유럽신화 세계의 창조

05. 북유럽 신화와 우리 옛 이야기의 유사성(1) : 해와 달 이야기


오늘은 우리 옛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책표지 인용 : 소금을 만드는 맷돌(2002), 대교출판)


옛날 추운 겨울날 어느 마을에 맷돌을 짊어진 거지 노인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착한 농부가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자신의 집에 겨우 한 바가지 있는 좁쌀로 죽을 쑤어 먹였습니다. 노인은 정신을 차리자 마자 맷돌을 찾았는데 농부가 자신을 살려준 것을 알자 그 맷돌을 선물로 주고 다시 길을 떠났답니다.


농부는 찢어지게 가난해서 거지에게 죽을 쑤어 먹이고 나니 좁쌀이 한 줌 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농부는 한탄을 하며 맷돌에 좁쌀을 넣고 돌리며 "아이고, 이 맷돌에서 흰 쌀이나 술술 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정말 맷돌에서 하얀 쌀이 펑펑 쏟아져 나와 두 가마니 어치나 나왔습니다.


신기한 맷돌은 옷 나와라 하면 옷이 나오고, 떡 나와라 하면 떡이 나오는 신기한 맷돌이었습니다. 착한 농부는 맷돌에서 나온 물건들을 이웃과 나누어 가져 그 마을은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마을의 욕심쟁이 부자가 그 꼴을 보니 배가 아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 세상의 거지들을 다 불러 모아 잔치를 열고 그런 맷돌이 있나 살펴봤지만 그런게 두개나 있을 턱이 있나요. 결국 화가난 부자는 몰래 착한 농부의 맷돌을 훔쳐 다른 나라로 달아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부자는 배 위에서 생각해보니 가장 비싼 소금을 많이 만들어내면 큰 부자가 되겠다 생각하고 맷돌에게 소금 나와라! 라고 외쳤습니다. 맷돌에서 소금이 펑펑 나오자 기분이 좋아진 부자는 "옳지 옳지! 계속 나와라!" 라고 했고 배가 점점 가라앉았지만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될 상상에 빠져있는 욕심쟁이 부자는 눈치도 채지 못하고 가라 앉어 죽고 말았답니다. 맷돌은 마지막 소원인 계속 소금을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계속 들어주었고...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바다는 짜게 되었더라... 라는 이야기 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소금을 내는 맷돌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국설화 인물유형),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요약


대부분 들어본 이야기 이죠? 저희 할머니는 욕심쟁이 일본인 닌자가 조선에서 제일 가는 부자 집에 마법 맷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훔치러 왔다가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다가 저 사단을 저질렀다고, 일본놈들이 제일 나쁜 놈들이라는... 항일 정신이 섞이신 색다른 버전을 들려주셨는데 ^^;; 문화원형백과에 실린 표준적인 이야기는 저게 맞나 봅니다.


북유럽 신화에도 이와 정말 유사한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바로 <마법 맷돌 그로티> 이야기 입니다.


오딘신에게는 수많은 아들 들이 있었는데, 이 중에는 신이 아닌 인간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의 후손 중에 북부유럽에서 강력한 국가 고틀란드의 왕인 프로디(Frodi) 라는 왕이 있었고, 이 왕이 다스리던 때에 이 지역에 평화가 가득했기에 사람들은 이를 '프로디의 평화'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나 이 평화는 한 사건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는데요. 그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프로디 왕에게 누군가가 마법의 맷돌 하나를 주었습니다. 맷돌의 이름은 그로티(Grotti)였는데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이 돌들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그 주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주지만, 아무도 그 맷돌을 돌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디 왕은 이웃 스비티오트(Swithiod, 오늘 날의 스웨덴)의 왕인 푤니르에게 건장하고 힘 쎈 처녀 둘을 보내달라 했고, 덩치 좋고 아름다우면 힘이 좋은 두 명의 처녀가 고틀란드에 오게되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페냐(Fenja)와 메냐(Menja)였습니다.




Fenja and Menja at the mill. Illustration by Carl Larsson and Gunnar Forssell.


왕은 그녀들에게 맷돌을 돌려 황금, 평화, 프로디의 행운을 만들어 내라고 명령했고, 페냐와 메냐는 쉬지 않고 맷돌을 돌렸는데 이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라도 멈췄다간 황금은 제쳐두고라도 나라의 평화와 행운이 멈출 것이기 때문이었죠. 왕은 그녀들이 뻐꾸기가 노래하다 잠시 멈추는 순간보다 긴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를 왕도 알 수 있도록 노래하는 동안 페냐와 메냐가 계속 노래를 부르게 시켰습니다. 이 노래를 '그로티 노래'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명령에 따라 계속 노래를 불렀지만 아무도 그 노래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죠.



Menia and Fenia by W. J. Wiegand


피로에 지친 페냐와 메냐는 그로티 노래를 부르면서 병사들을 만들었고, 밤이 되자 뮈징르(Mysingr)라는 해적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와 프로디를 죽이고 그의 모든 재산을 약탈해 배에 싣고 떠났습니다. 뮈징르는 페냐와 메냐에게 배 위에서 소금을 만들라 시켰고, 그녀들이 이쯤이면 충분하냐고 물었을 때 더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결국 배는 소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았고 엄청난 양의 소금이 섞인 바닷물은 그때부터 짜졌다고 합니다.


사실 페냐와 메냐는 산악거인의 후손들이었고, 이들은 마법 맷돌을 사람들이 보기 쉬운 장소에 던져놓고는 이를 주워간 수많은 나라들을 망하게 해왔고, 이 이야기들을 노래로 불렀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라는 이야기 입니다.


결말이 정말 비슷하죠? 욕심이 결국 자신의 파멸을 부르게 된다는 부분이나, 바닷물이 짠 이유를 소금을 계속 만들어내는 마법의 맷돌이라는 상상이 우리와 북유럽 사람들에게 똑같이 남아있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삽화를 보면 맷돌의 규모가 우리네의 것과 북유럽의 크기가 꽤 차이가 나긴 하네요 ^^;;;)


다음 시간에는 북유럽 신화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신들 사이에 나눠진 두 종족, 바네 신족과 아제 신족간의 다툼에 대한 이야기와 그 사이사이에 우리 대중문화에 영향을 준 요소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_<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Grotti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84024&cid=4421&categoryId=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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