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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12. 세계나무 이그드라실(2) : 우르트의 샘

지난 주에는 세계나무 이그드라실과 거기서 고통을 겪으며 세상의 지혜를 얻은 오딘신의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부터는 이그드라실의 뿌리가 닿아있는 세 개의 샘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운명의 여신들이 지키는 운명의 샘, 우르트의 샘 입니다.

 

 

지난 연재

07.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1) : 황금열망 굴바이크

08.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2) : 신들의 다툼과 그 결말

09. 인간의 탄생과 북유럽신화의 아홉 세계(1)

10. 인간의 탄생과 북유럽신화의 아홉 세계(2)

11. 세계나무 이그드라실(1) : 지혜를 얻기 위한 오딘신의 고통


 

우르트의 샘에 아스가르트의 신들은 매일 모여서 회의를 하고 중요한 사건이 생기면 재판을 하기도 합니다. 이 샘에는 세 명의 노르네들(Normen)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우르트(Urd), 베르단디(Werdandi), 스쿨트(Skuld)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 이름이 익숙하지요?

 

바로 일본 만화이자 동명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오! 나의 여신님>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죠. 해당 만화가 북유럽 신화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차용해서 재생산한 만화이기에 북유럽 신화를 살펴보고 다시 만화를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

 

오! 나의 여신님 등장 여신들사진출처 : http://www.tbs.co.jp/megamisama/ 왼쪽부터 스쿨트, 베르단디, 우르트


 

우르트(Urd)는 과거, 베르단디(Werdandi)는 현재, 그리고 스쿨트(Skuld)는 미래를 각각 맡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운명의 세 여신들이 각자 맡은 시간대가 있다는 설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서 등장하는 마녀들이 각각 차례대로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한 것 처럼 다양하게 차용되어 오고 있습니다.



맥베스의 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 Théodore Chassériau(1855)맥베스의 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 Théodore Chassériau(1855)



노르네 여신들은 혼자로서 존재하지 않고 여럿이 힘을 합쳐서 하나의 신격을 발하는 데요. 이런 경우를 북유럽 신화에서는 '디제 여신'(die Disen)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비슷한 경우로 나중에 자세히 다룰 발퀴레들(Walküren)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신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신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노르네 여신들은 아제 신족에 속합니다.

 

노르네 여신들은 신과 인간들의 운명의 실을 잣고 있습니다. 이로서 모든 존재들의 수명을 정하고 만약 여신들이 잣고 있는 운명의 실이 끊어지면 그 존재의 생명도 끝나게 되죠.

 


이들이 하는 일 중에 다른 하나는 세계나무 이그드라실을 보살피는 일입니다. 우르트의 샘에서 거룩한 샘물을 퍼서 나무를 적셔주고, 샘 주변의 거름을 찾아 뿌리에 뿌려주기도 합니다.

 

노르네 여신들은 존재의 수명을 결정하기에 각 개인이 부여 받는 운명은 불공평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여신들은 북유럽 신화의 세계 전체를 지탱하는 세계나무를 지키고 보살피면서 모든 생명들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지키는 존재입니다.

 

우르트의 샘가를 지키면서 운명의 실을 잣고 있는 노르네들은 3명만 묘사되고 있지만 산문 에다를 쓴 스노리에 따르면 더 많은 노르네들이 각자의 일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알프(요정) 출신이나 난쟁이 출신 노르네들도 섞여 있었고, 사실 나쁜 운명들은 고약한 다른 노르네들 때문에 생긴다고도 하더군요.

 

운명을 담당하는 노르네들이 오딘 신에게 조차 운명을 말해주지 않았기에 오딘 신은 발라(Wala)라는 여자 예언자를 찾아가 신들의 종말인 라그나뢰크를 알게 됩니다.

 

발라는 이미 죽은 존재인데 세계의 시작부터 세상의 종말까지 과거와 미래의 일들을 모두 알고 있으며, 아홉 세계 구석구석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알며 신과 영웅의 혈통까지 외우고 있는 지혜 그 자체인 존재입니다.

 

옛 에다 5번 시편에서 오딘이 불러낸 발라는 <발더는 결국 죽을 것이며, 오딘의 다른 아들 회두르가 그를 죽이며, 오딘이 이 복수를 하게 된다> 라며 라그나뢰크의 시작에 해당하는 예언을 해줍니다. 또한 옛 에다 1번 시편에서도 라그나뢰크에 해당하는 중요한 예언이 들어있죠. 라그나뢰크에 대한 주제를 다루게 될 때 이 부분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주에는 지혜의 샘, 미미르의 샘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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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Norns

http://en.wikipedia.org/wiki/Macbeth

http://mirror.enha.kr/wiki/%EB%85%B8%EB%A5%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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