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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시/수필

파투아 아티스트가 그린 마틴 루서 킹 평전 그래픽 노블

[서평] 아서 플라워스의 <I have a Dream>(2014)


[아서 플라워스 / 마누 치트라카르] I have a Dream / 피노 역 / 푸른지식 출판 / 출간일 2014-02-24 / 원제 I See the Promised Land: A Life of Martin Luther King Jr. (2013년).



푸른지식에서 아주 독특한 그래픽노블이 나왔습니다. I Have a Dream이라는 명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서 킹의 평전을 그의 유명한 연설의 제목과 동일한 이름으로 출간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그래픽노블이 아닌 독특함을 가지게 된 것은 책을 만든 사람들의 독특한 조합 덕분입니다. 그림이 상당히 독특한데 이는 인도 벵골 지방에서 전해지는 전통의 파투아 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전통 파투아 아티스트 마누 치트라카르가 그림을 그리고 아프리카 미국계 구전 예술가 아서 플라워스가 글을 썼습니다.


파투아는 두루마리에 그려진 그림 속의 이미지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읊조리는 말이나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통 예술인데, 한 프레임 안에서 모든 행위가 완결되는 다른 구전예술과는 달리 그림 속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전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전통적인 예술 방식이 현대적인 그래픽 노블에 접목되면서 이 독특한 작품이 태어났습니다.


 

 

 

아무래도 그린이가 인도 전통 예술가여서 그런지 그림 여기저기에 인도적 색깔이 묻어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미국 흑인들이 인도풍의 옷을 입고 있다거나 벵골어로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점 등에서도 묻어나고, 사람들의 얼굴도 인도인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인도에도 '불가촉천민' 등 카스트 제도의 불합리로 역사적인 사회적 불평등이 이어져왔기에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마틴 루서 킹이 활동하던 20세기는 법적으로는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실질적으로 차별이 이어지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흑인은 버스 뒷자리에만 앉을 수 있었고, 백인전용좌석에 자리가 없어서 백인이 흑인 자리에 앉고 싶다면 비켜줘야만 하는 법도 있던 시절이죠. 더욱더 절망적인 것은 흑인들은 이와 같은 차별 대우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죠. 


이런 사회적 불합리를 마틴 루서 킹은 비폭력 운동으로 고쳐나가기 시작합니다. 몽고메리 버스 승차거부 등의 운동이 대표적이죠. 이런 비폭력 주의 하에서 킹은 감옥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보석금을 내지 않고 자신의 수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는데 이를 알아챈 경찰서장이 보석금을 대납해서 보석을 받게 된 일화도 있다고 합니다. 킹은 자신이 버스에서도 쫓겨나보고, 식당에서도 쫓겨난 본 적이 있지만, 감옥에서 까지 쫓겨나게 된거죠.


노예 12년의 개봉 이후로 흑인 문학과 미국의 흑인 차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의 평전을 독특한 그래픽 평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지만 생소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함에도 모든 주석이 책의 뒤에 몰려있는 점, 그리고 그 조차 페이지 순서라든가 가나다 순의 정렬도 전혀 하지 않고 배치되어 있는 점은 이야기의 흐름도 끊기고 여러모로 불편해 편집상의 배려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또 벵골어로 적힌 피켓은 아예 번역을 하지 않고 출간이 이루어졌는데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표현하고자 했으면 그 밑에 뜻을 적었어도 좋았을텐데 아예 하지 않고 넘어간 점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I Have a Dream - 10점
아서 플라워스, 피노, 마누 치트라카르/푸른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