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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경제경영

지금처럼 소비하면 다음 세대의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서평] <문화 유전자 전쟁> (칼레 라슨 외 씀 /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06 / 28,000 원) 


뉴스에서는 매일 주가지수를 보도하고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며 우리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전문가를 초대해 진단을 듣습니다. 전문가들은 수학시간에나 보던 포물선 모양의 신기한 그래프와 숫자로 가득한 통계자료를 들고나와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각종 용어들을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깝게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발생한 경제적 사태들을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저기요, 교수님!

2008년 금융 시장 붕괴가 일어났을 때 교수, 정책 입안자, 연구소 할 것 없이 불의의 습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위기가 임박했는데 어떻게 백에 한 명도 예측하지 못할 수가 있죠?


신뢰성이 이만큼 땅에 떨어진 학문이 또 있나요? 교수님, 그런데 왜 아무것도 변한 게 없죠? 어떻게 전과 똑같은 내용을 가르칠 수 있죠? 우리 대학의 교과 과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본문 81p)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를 처음으로 제안하고, 이 시위를 전 세계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칼레 라슨이 2012년 출간한  <문화 유전자 전쟁>에서는 점령의 대상으로 '경제학'을 꼽았습니다. 오늘날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논리에 도전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독특한 책 <문화 유전자 전쟁>을 소개합니다.





화려한 이미지와 사진으로 가득한 독특한 경제학 서적


430여 페이지의 두툼한 이 책을 처음 펼첬을 때의 느낌은 기존의 전공서적이나 다소 두꺼운 교양서를 읽는 느낌과는 사뭇달랐습니다. 저자가 만든 상업광고를 패러디하는 패러디광고 전문 비영리 격월간지 애드버스터스(Adbusters)가 공저를 한 특징인지 여성잡지를 보는 듯 시각적 충격을 주는 다양한 삽화와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어떤 페이지는 다단으로 편집되어 있고, 또 어떤 페이지는 박스 기사 형태로 편집되어 있으며, 그저 하나의 사진만 가득하고 한 줄의 강렬한 메세지만 가득한 페이지도 존재합니다. 책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난잡해보이기만 한 이 편집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책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잘 몰라서 그저 올바르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던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가득한 책입니다.


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단순히 경제학이라는 그라운드 안에서만 싸우지 않습니다. 철학, 소비자 심리학, 심리학,생태학 등 다양한 시선을 반영해 현대 경제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지금이라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문화 유전자(meme)은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를 뜻합니다. 유전자(gene)처럼 후대 세대로 전달이 되는데 이 매개체로 다양한 문화 현상이 사용되는데, 저자는 금융자본주의와 소비주의와의 문화 유전자 전쟁이 필요하며 이 전쟁의 최전선으로 현대 경제학의 점령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낳은 극대화의 위험


책이 가장 경고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이 낳은 비극은 바로 그들이 추구하는 극대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파괴입니다.


경제학은 극대화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한계 안에서 효용을 극대화하고 성장을 극대화하고 소득을 극대화하고 생산을 극대화하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자본가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 같은 고삐 풀린 극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본문 157p)


이처럼 경제학이 추구하는 극대화는 지구 환경이 인류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자원의 수준을 넘어서는 소비를 유도하며 이는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이와 같은 소비세태가 지속될 경우 인류와 지구는 한 세대를 더 버티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합니다.


50년 안에 세계 인구가 90억이 될 텐데 전 인류의 1인당 자원 사용량이 부자 나라들과 같아 진다면 연간 자원 생산량은 현재의 약 8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90억 인구가 미국식 식사를 한다면 약 4,500만 제곱킬로미터의 농지가 필요하지만 지구상의 전체 농지 면적은 1,400만 제곱킬로미터 밖에 안된다. (본문 211p)


그래서 저자는 <진짜 비용>이라는 개념의 도입을 주장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지금은 자동체 부과되는 세금, 유지비, 그리고 기름값 정도만 지출하면 되지만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차가 내뿜는 탄소로 인한 환경비용, 도로를 건설하고 보수하는데 드는 비용, 교통사고로 초래되는 의료비용, 자동차가 만드는 소음과 불쾌감, 그리고 주요 유전과 송유관을 보호하는데 들어가는 군사적 비용까지 모두 계산을 하고 합산을 하자는 겁니다.


<경제 활동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모두 계산하고 반영하여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는 세계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


이와 같은 <진짜 비용>이 부과되면 당연히 자동차 값은 1억원 이상, 주유하는데 드는 기름값도 1회에 30여 만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지만 미래 세대와 소비주의 사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 비용을 전가하지 말고 우리 세대가 이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저자의 논리가 아주 모순적인 것은 아닙니다. 대안 경제학이 경고하는 주장들이 너무 과장되고 현실성이 떨어지니 주류 경제학을 믿고 따라가야할지, 혹은 주류 경제학이 주는 달콤한 혜택에 만족하고 미래에 닥칠 비극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대안 경제학의 경고를 받아들여야할지 이제 우리 세대는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닥친 것 같습니다.

 

문화 유전자 전쟁 - 10점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