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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ote/경제경영

엉뚱한 괴짜 사장의 유쾌한 경영 노하우

[스즈키 다카시] 사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 / 민경욱 역 / 북클라우드 출판 / 출간일 2013-12-25.


전 세계에서 회사의 창업주라는 이름 하에 전체 주식의 매우 적은 비중만을 가지고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업 집단을 거느리면서 제왕과 같은 권위를 누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재벌' 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일 텐데요. 우리와 굉장히 비슷한 기업풍토일 것이라 생각했던 일본에서 나온 이 책의 엉뚱한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요즘은 미니시리즈나 주말연속극에서도 재벌2세들과 가난한 여주인공의 달콤한 로맨스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의 뇌리속에는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면서도 막상 경영을 해야할 때에는 멋드러지게 지시를 내리고 중요한 계약을 따내는 '실장님'이나 '본부장님'들의 이미지가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바보'인게 나은 사장이라니...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사뭇다르죠?




저자인 스즈키 다카시 現에스테 대표집행위원은 전쟁통에 학교를 다녔기에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받지 못하고 대부분 독학으로 수학을 했다고 합니다.(여기서 나오는 전쟁은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민족을 불행으로 밀어넣은... 물론 일본의 다수 국민들도 불행에 빠뜨린 태평양전쟁입니다.) 오히려 제도권의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괴짜 사장의 독특한 경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즈키 다카시의 괴짜 행보는 머리말부터 드러납니다.

" 무슨 얘기를 해도 임원회에서 반대했기 때문에 임원을 반으로 줄였다."(??!!) - p.10.


다들 고정관념과 관습에 사로잡혀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수 많은 결정들을 사장인 본인이 직접 책임지고 잘못된 관습을 타파해과는 과정은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그려져있지만 많은 경영인들이 새겨 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인이 쓴 책인지라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히는 부분에서 일본의 옛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인데, 책 초반부에 나오는 에도시대의 소방대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목조건물로 가득찼던 에도 시대의 소방방식은 더 이상 화재가 번져나가지 않도록 마지노선 안의 모든 집들을 부수는 '파괴소방' 방식이었기에, 도시 어딘가에서 불이 나면 '깃발지기'가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서 여기서 지켜야 겠다는 집을 결정하고 그 집 지붕으로 올라가 깃발을 빙빙돌리면서 소방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모든 소방대원들은 아래에서는 불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손짓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데, 깃발지기가 잘못된 집을 선택했다거나, 지시를 잘못내리면 그 자신 뿐만이 아니라 많은 소방대원의 목숨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결정이 대단히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사장의 역할을 이 '깃발지기'에 비유합니다. 직접 뛰어다니면서 불을 끄는게 아니라 그런 소방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역할에 충실하라는 것이죠. - p.21-25. 요약.


다들 자기 잘난 맛에 멋드러진 자기 자랑만을 늘어놓는 재벌 회장들의 자서전들이 넘쳐나는 경제경영 서적 중에서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리더를 위한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을 찾은 듯 합니다. ^^



사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 - 8점
스즈키 다카시 지음, 민경욱 옮김/북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