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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

16. 프라이 신에게 칼이 없는 이유는?

지난 시간에는 아스가르트에 성벽을 지으면서 생긴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주 부터는 바네 신족 출신인 프라이, 프라야 오누이신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연재

11. 세계나무 이그드라실(1) : 지혜를 얻기 위한 오딘신의 고통

12. 세계나무 이그드라실(2) : 우르트의 샘

13. 세계나무 이그드라실(3) : 미미르의 샘

14. 세계나무 이그드라실(4) : 흐베르겔미르의 샘

15. 누가 아스가르트에 성벽을 쌓았을까요?



예전에 바네 신들과 아제 신족들 간의 싸움이야기에도 살펴보았지만 바네 신들은 북유럽에서는 남쪽에 위치하는 덴마크 지역에서 숭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후에 북유럽신화의 중심지인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오딘신을 필두로하는 아제 신족 숭배문화가 장악하면서 상대적으로 아제 신들에 비해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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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아제 신들과 바네 신들의 전쟁(2) : 신들의 다툼과 그 결말


프라이는 풍요의 신으로서, 햇빛이 비치는 시기와 비를 내리는 시기를 결정하는 신이었습니다. 때문에 풍요와 부를 가져오는 신인 프라이가 농부들에게는 전쟁의 신인 오딘 신이나 토르 신보다는 인기가 더 좋았겠지요. 이전에 로키가 난쟁이들을 경쟁시켜서 신들의 보물들을 얻어온 일화 기억나시나요? 이 때 프라이신은 무기가 아니라 탈 것들만 2개를 얻게 되었는데요, 수퇘지 굴보르스테와 배 스키트블라트니르 였죠. 이 두가지 보물들은 프라이를 상징하는 물건들입니다. 





관련연재

03. 로키가 구해온 신들의 보물들(2)



그런데 바네 신족 최고신인 프라이가 무기가 없었을까요? 바로 위의 삽화에서도 무슨 칼을 들고 있는데 말이죠. 오늘은 프라이가 무기를 잃게 된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오딘 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프라이가 오딘의 옥좌, 흘리츠키얄프(Hlidskialf)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오딘의 옥좌는 오딘 신이 다스리는 아홉 세상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리였죠. 그곳에서 거인들의 나라 요툰하임을 바라보던 프라이 신의 눈에 아름다운 거인 아가씨 게르트(Gerðr)가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프라이는 그녀를 향한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다른 누구에게 꺼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오딘 신이 바네 신들에게 너그럽게 대해준다고는 해도 모든 신들의 신인 오딘 신의 자리에 몰래 앉았다가 보게 된, 그것도 신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거인족 여인에 대한 사랑이었으니 말이죠.

그의 근심이 깊어지는게 눈에 띄자 그의 아버지 뇨르트 신이 하인 스키르니르를 불러 프라이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합니다. 스키르니르는 뇨르트 신의 하인이자, 프라이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프라이가 자신의 고민을 스키르니르에게 털어놓자, 스키르니르가 묘안을 냈습니다. 자신이 대신 그녀에게 구혼을 하고 그녀를 프라이에게 데려다주겠다는 것이었죠. 다만 이를 위해 프라이의 말과 칼이 필요하다며 이를 요구했습니다. 프라이의 말은 불길을 통과하고도 살아남을 만큼 빠른 말이었고, 그의 칼은 혼자서도 거인들과 싸울 수 있는 명검이었거든요.

스키르니르의 제안에 프라이는 망설이지 않고 말과 칼을 그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황금사과 열한 개와 오딘의 황금 반지 드라우프니르까지 게르트에게 줄 선물로 넘겨주었죠. 스키르니르는 프라이의 말을 타고 오랜 여정 끝에 거인들의 세상 요툰하임에 도착했습니다. 한참을 더 달려서 게르트의 궁전을 둘러싼 성채에 도착했죠. 성 주위에는 불길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성문에는 사나운 개들이 묶여있었지만 프라이의 말이 워낙 빨라 이를 뚫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그는 구혼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게르트의 성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그녀의 오빠가 나타났습니다. 거인이 스키르니르를 죽이려들자 다급해진 스키르니르가 프라이의 칼을 꺼냈습니다. 칼은 스스로 움직여 거인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관문도 통과할 수 있었죠.

Skirnir's Message to Gerd (1908) by W. G. Collingwood.Skirnir's Message to Gerd (1908) by W. G. Collingwood.



드디어 스키르니르는 구혼의 마지막 단계,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 했습니다. 먼저 스키르니르는 자신이 프라이의 심부름을 왔노라 밝히고 황금 사과 열한 개를 선물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게르트는 거절했습니다. 다시 마법의 반지 드라우프니르를 내놓았지만 게르트는 이 또한 거절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키르니르는 그녀를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라이의 칼,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하자, 어떠한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던 게르트는 결국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프라이는 게르트를 얻게 되었고, 이후에 게르트는 아제 여신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뚜렷한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바네 신족의 최고의 신인 프라이가 사랑 때문에 자신의 칼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얻는 과정 조차 그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부탁했으며, 그 친구도 정정당당히 그녀에게 구혼한게 아니라 칼과 마법을 들이대며 협박을 하며 얻어낸 사랑이었죠. 결국 이 신화는 상당 부분 아제 신족에 흡수당한 바네 신족의 최고의 신의 어이없는 구혼 과정을 묘사하면서 바네 신족을 깎아내리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프라이 신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에다와 스노리 에다에 기록되어있지 않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프라야 여신의 이야기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대중문화 속 북유럽 신화>는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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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인희, 2011,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3, 웅진지식하우스.

강응천, 1998,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 마루(금오문화).



http://en.wikipedia.org/wiki/Freyr

http://en.wikipedia.org/wiki/Ger%C3%B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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